배우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된 뒤 사후 재혼했다면 합장할 수 없게 한 현행 국립묘지법은 문제가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국립묘지법 5조의 안장 대상자 규정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이라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한국전쟁 전사자 A씨의 자녀다.
A씨는 1951년 전사해 국립묘지에 안장됐고, 부인 B씨는 1962년 재혼해 2004년 사망했다.
청구인은 모친 B씨가 부친 사망 당시 배우자였다는 점을 들어 국립묘지 합장을 신청했으나 보훈당국은 이를 거부했다.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에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를 안장할 수 없게 한 현행 국립묘지법 5조가 근거다.
청구인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위헌인지를 놓고 거의 반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지만 결론은 합헌이었다.
다수 의견인 유남석 소장과 이선애·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뒤 그 배우자(B씨)가 재혼을 통해 안장 대상자를 매개로 한 인척관계를 종료했다면, B씨가 국립묘지에 합장될 자격이 있는지는 사망 당시 배우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전쟁 이후 남겨진 자녀의 양육과 생존을 위해 재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배우자 유족이 많았다"며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없다고 한다면 안장 대상자 자녀에 대한 예우와 지원의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