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눈먼 돈'…관객 없는 유령 전시에도 전북도는 모르쇠
전북도가 문화·예술단체에 지급하는 보조금 관리를 허투루 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도 감사관실에 따르면 도는 매년 40∼50개 문화·예술 전문단체에 모두 13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질 높은 작품과 공연을 선보여 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쓰임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최근 3년 사이에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도는 이 기간에 국내외 작가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 한 사단법인의 말을 믿고 보조금 교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애초 코로나19로 출입이 금지된 시설에서 열려 관객들이 찾아올 수 없었다.

또 법인 측은 작품을 촬영해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고 했지만, 아무리 훑어도 그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담당 부서는 정산 과정에서 "적정하게 사업이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부실한 보조금 관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전문예술단체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이틀 동안 2회, 조회 수 500회 이상의 영상을 송출하겠다'며 수백만원의 보조금을 타갔다.

뒤늦게 감사 부서가 담당자에게 "이 영상은 어디에 있고 조회 수는 어느 정도냐"고 묻자 "(사업자가) 영상을 올리지 않았고 분실했다고 한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해당 부서는 이 밖에도 민간 보조금을 사업자에게 과다 집행하고도 환수하지 않거나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서는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 및 정산 검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도 감사관실은 보조금 관리를 소홀히 한 담당 부서에 주의 처분을 내리고, 부당하게 쓰인 보조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