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2000조엔(약 1경9072조원)이 넘는 가계 금융자산을 투자 분야로 유치해 성장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자문기구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는 25일 잇따라 분과위원회를 열어 ‘스타트업(신흥 벤처기업) 육성 5개년 계획’과 ‘금융자산 2배 증가 계획’ 등을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는 “일본을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허브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육성계획 ‘시동’

기시다 "日 유니콘 기업 100곳 키우겠다"
기시다 총리의 핵심 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방안의 주요 내용은 스타트업 활성화와 개인 투자자 확대다. 일본 정부는 경제 규모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10만 개의 스타트업과 100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배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8000억엔인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2027년 10조엔으로 10배 이상 늘린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구체적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 인재를 1년에 20명씩 미국 등 스타트업 선진국에 파견하는 제도를 확대한다. 앞으로 5년간 1000명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 대학은 한 곳당 5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도록 유도한다.

스타트업에 출자하는 대기업과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세제 혜택도 줄 방침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창업한 기업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다시 스타트업을 세우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개인 투자자 5년 내 두 배로”

일본 정부는 또 기시다 총리의 주요 공약인 ‘자산소득 2배 증가’를 실현하기 위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NISA는 투자차익에 일정 기간 세금을 물리지 않는 개인 투자자 활성화 대책이다. 개별 종목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일반형과 투자신탁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적립식 두 종류가 있다. 일반형은 5년, 적립식은 20년간 투자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받는다.

일본 정부는 NISA 제도를 204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영구적으로 운영하고 면세 기간도 무기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저축에 편중된 가계 금융자산을 투자 부문으로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다.

작년 말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2023조엔으로 처음으로 2000조엔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54%인 1092조엔이 예금과 현금에 묶여 있다. 주식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가계 금융자산의 10%만 투자 분야로 끌어들여도 기업에 200조엔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일본 정부는 NISA 개선을 통해 6월 말 현재 1703만 개와 28조엔인 계좌 수와 투자금액을 5년 내 각각 3400만 개, 56조엔으로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일반형은 120만엔, 적립식은 40만엔인 연간 투자 상한도 높이기로 했다. 단 부유층만 혜택을 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생 동안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신설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