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로스 감독, 이란 선수에게 반정부 시위 관련 질문한 BBC 기자와 설전
[월드컵] 이란 감독 "잉글랜드 감독에게도 아프간 철수에 관해 물어봐라!"
포르투갈 국적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대표팀 선수단에 이어지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관한 질문'에 "잉글랜드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은 적이 있나"라고 맞섰다.

케이로스 감독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웨일스와의 2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직후 영국 방송 BBC 페르시아의 사이마 칼리 기자에게 다가가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에게 '영국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영국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모두를 두고 떠났는가'라고 묻는 건 어떤가"라고 일갈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돌발 행동에 취재진이 모였고, 칼리 기자와 케이로스 감독은 설전을 이어갔다.

ITV와 데일리 메일 등 영국 미디어는 '현장 영상'까지 첨부해 둘의 설전을 공개했다.

[월드컵] 이란 감독 "잉글랜드 감독에게도 아프간 철수에 관해 물어봐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칼리 기자는 이란 공격수 메디 타레미에게 "카타르 현장과 이란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그리고 (이란) 거리에 있는 사람도 있다"며 "이란 시위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타레미는 "우리는 축구를 하고자 이곳에 왔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카타르 월드컵에 '축구를 하기 위해' 참가했다.

다른 요인들이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며 "카타르에 온 스포츠 언론인 덕에 팬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스포츠와 축구를 위한 공간이다.

'본업'에 집중해야 (스포츠 언론인도) 이 장소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타레미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나와 비슷한 수천 명의 사람이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 답도 '이란 반정부 시위'에 관한 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식 인터뷰에서 케이로스 감독은 '서방 언론이 이란 정권에 관해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걸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취재진은 질문할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걸 답할 권리가 있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월드컵] 이란 감독 "잉글랜드 감독에게도 아프간 철수에 관해 물어봐라!"
그러나 타레미에게 이란 시위에 관한 질문이 향하자, 케이로스 감독의 태도가 바뀌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떠나기 전, 칼리 기자에게 다가가 격앙된 목소리로 "다른 나라 감독에게도 다른 문화에 관해 질문해달라. 그게 공평하다"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어달라"고 했다.

"우리는 정당한 질문을 할 권리가 있다"는 칼리 기자와 "나와 선수들에게도 적합한 질문에만 답할 권리가 있다"는 케이로스 감독의 짧은 설전도 벌어졌다.

대회 관계자가 케이로스 감독을 기자회견장 밖으로 안내하면서 둘의 다툼은 끝났다.

그러나 케이로스 감독의 "영국이 이민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은 해봤나"라는 혼잣말이 영국 미디어의 마이크에 담겼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이란 반정부 시위에 주목하고 있고,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을 향해서도 이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란 대표 선수들은 21일 열린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침묵시위'로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잉글랜드와 1차전이 열린 경기장 관중석에는 이란의 여성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여러 차례 이란 선수단을 향한 반정부 시위 관련 질문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케이로스 감독은 결국 폭발했고, 결국 이날에는 지난해 8월 미국·영국군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언급하는 등 '서방 언론의 공평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