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한숨을 돌렸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정제마진이 9월 초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해서다. 업계에서는 지금 수준의 정제마진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내 ‘정유 빅4’의 영업이익이 연간 기준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 비용을 제한 금액을 의미한다.

23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11월 셋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4달러다. 9월 첫째주(배럴당 8.4달러) 후 약 석 달 만의 최고치다. 석유 제품 중 하나인 나프타의 마진이 6월 초 배럴당 -37달러에서 -8.5달러로 대폭 개선되면서 복합 정제마진이 올랐다는 설명이다. 올해 나프타 마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업체 가동률이 70~80%대로 하락한 영향이다.

나프타 마진이 개선된 것은 휘발유 공급 부족 때문이다. 휘발유가 부족해지자 나프타를 블렌딩해 휘발유로 가공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그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공에 필요한 나프타 공급이 줄었고, 나프타 마진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제자리를 찾았다.

휘발유 공급이 줄어든 것은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 등으로 디젤(경유)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겨울로 접어들면서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에 집중한 영향이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금수 조치와 주요 7개국(G7) 차원의 가격 상한제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정유사들의 실적 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정유 4사의 실적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3분기 들어 크게 둔화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