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다자 외교 무대에서 따뜻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23일 보도했다.
핵심이익 등을 둘러싼 중국의 강경 외교 기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각본에 없는 부드럽고 솔직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시선을 끌었고, 자신의 집권 3기에서는 대면 회담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렸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8∼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해 총 19개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대면 외교의 부활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19일 태국 총리 주최 연회에서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생일 케이크를 선물 받자 시 주석 내외가 크게 감동하는 모습, 시 주석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카메라 앞에서 설전을 벌인 모습 등을 시 주석이 솔직함을 노출한 대표적 장면으로 꼽았다.
중국해양대 국제관계학과 팡중잉 교수는 펑 여사의 생일 케이크 이벤트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중국 지도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면을 보여준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지역 질서와 글로벌 경제 회복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태국과 같은 나라들이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미 템플대 도쿄캠퍼스 베노잇 하디-차트랜드 교수는 트뤼도 총리와의 설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시 주석이 대본에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설명했다.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은 "시 주석이 G20 지도자 중 한 명을 꾸짖고 위협하고 모욕한 것은 충격적이었다"며 "그는 카메라가 옆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시 주석이 다양한 지도자들과 교류함으로써 그의 직접적인 외교가 자신의 새로운 임기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해졌다"며 "시 주석은 보디 랭귀지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말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서는 의심을 숨기지 않았고, 트뤼도 총리에는 분명한 반감을 드러냈으며, 중국을 체계적 위협으로 규정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대 마자오 교수는 시 주석이 각국과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 위해 대면 회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후 미국의 견제에 대항해 이슈에 기반한 연합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을 포함해 누구도 그의 이번 순방이 어떠한 주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이번 여행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대만과 관련해서 일견 중국이 승리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이 신냉전, 중국과 갈등 혹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고 '대만 독립'과 '두개의 중국' 혹은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버크넬대 주즈췬 중국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만 말해왔던 평소 입장에서 더 나아간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약간의 안도감을 주는 반면 대만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