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피가 끓는 고등학생 때 연인에게 썼던 연애편지들이 노인이 된 후 만인에게 공개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2016년 자신이 쓴 가사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 최정상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81)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편지들은 67만달러(약 9억원)에 팔렸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경매사 RR옥션 경매에 150페이지에 달하는 딜런의 자필 편지 42장이 나왔고, 포르투갈의 유명 서점인 리브라리아 렐로가 낙찰받았다. 당시 ‘밥 짐머맨’이라는 예명(본명은 로버트 앨런 짐머맨)으로 활동했던 딜런은 16세였던 1957년부터 18세였던 1959년까지 여자친구였던 바바라 앤 휴잇에게 편지를 썼다. 휴잇의 딸은 2020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이 편지들을 발견해 최근 경매에 내놨다.

이 편지들에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딜런의 10대 시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부 편지에는 “아무래도 이름을 바꿔야겠다”라거나 “언젠가는 100만장 넘게 음반을 팔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밥 짐머맨은 밥 딜런이 됐고, 약 1억2500만장의 앨범을 팔았고, 2016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편지에는 여자친구인 휴잇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거나 그녀를 ‘1950년대 로큰롤의 전설’ 버디 홀리의 공연에 초대한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당시 미국 고등학생들의 주요 대화 주제였던 자동차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여자친구에게 헌정하는 짧은 시 몇 편도 있다.

리브라리아 렐로는 낙찰받은 편지들을 공개해 딜런의 팬이나 학자들이 이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