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지난 17일 이후 영어 영역 듣기평가에 대한 이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방송 음질이 나빠 문제를 푸는데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신청 게시판’에 총 299건의 이의가 접수됐다. 영역별로 영어가 173건으로 가장 많다. 사회탐구(77건), 국어(40건), 과학탐구(22건), 수학(9건), 제2외국어·한문(12건), 한국사(1건), 직업탐구(1건)가 뒤를 이었다.

영어 영역에 제기된 이의의 대부분은 시험장에서 듣기 평가를 치를 때 송출 음질이 좋지 않아 시험에 지장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 김모씨는 게시글에서 “듣기 평가 음질이 너무 안 좋았다”며 “(음성) 파일 소리가 울리고, 발음이 뭉개지면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인천 효성고 등 특정 학교의 방송 장치에 문제가 있어 음질이 나빴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특정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원의 음성 파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영어 듣기 난이도가 예년보다 까다로웠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듣기 녹음 속도가 평소 시험보다 빨라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며, 이어지는 독해 문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분석했다. 듣기 1, 2번 문제의 대화 내용도 지난해보다 2~3문장 정도 더 길었다.

그간 수능 이의 신청은 ‘불수능’으로 평가받던 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수능이 특히 어려웠던 2019학년도엔 991건, 2022학년도엔 1014건이 접수됐다. 2020학년도 344건, 2021학년도 417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평가원에서 문제 오류를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94학년도 첫 수능 이후 지금까지 오류가 인정된 문항은 단 9개뿐이다.

수능 이의 신청은 21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접수한다. 평가원은 이의 신청 의견을 심사해 오는 29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