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그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잇는 오토이넷푸(音威子府)는 '가장 이름을 읽기 어려운 역'으로 철도팬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언어로 '흙탕물이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오토이넷푸는 소바의 재료인 메밀이 자랄 수 있는 일본 최북단 지역이다.
오토이넷푸 소바의 특징은 메밀을 껍질째 갈아서 만든 검은 면. 오토이넷푸역 안에서 노부부가 운영하는 검은 면 소바 가게는 마을의 명물이었다. 순전히 이 소바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홋카이도 가장 북쪽의 이 시골역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2년 전 주인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게는 문을 닫았다. 검은 면 소바를 맛보려 이 곳을 찾는 철도팬들의 자연스럽게 줄었다.

오토이넷푸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기도 하다. 인구 5만명 이상인 시(市)와 5000~8000명 이상인 초(町), 인구 5000명 미만인 무라(村)는 인구 규모는 다르지만 같은 급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다. 오토이넷푸무라(村)는 17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자체 가운데 인구가 가장 작은 곳이다. 현재 인구가 현재 인구가 680명 밖에 안된다.
오토이넷푸 역은 1km당 1일 수송인원(운송밀도)이 1000명에 못 미친다. 적자를 견디다 못한 JR이 폐선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 메밀 농사가 전부다. 인구도 작고 변변찮은 산업도 없다보니 인근의 나카가와초와 통합을 추진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오토이넷푸가 사라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촌립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는 미술과 공예 특히 가구제작에 특화한 고등학교다.
거대한 삼림지대가 펼쳐진 홋카이도 중부와 북부 지역은 일본의 가구 제조의 중심지다. 가구 장인을 꿈꾸는 일본 전역의 중학생들이 이곳까지 유학을 온다. 한 학년은 40명, 전교생은 총 120명이다.

재학생 중에 홋카이도 출신은 20%, 나머지 80%는 도쿄와 오사카 등 다른 지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다.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가 오토이넷푸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입학생들에게 부과되는 독특한 의무 때문이다.
오토이넷푸고등학교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3년간 의무적으로 주민등록지를 오토이넷푸로 옮겨야 한다.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덕분에 오토이넷푸 인구의 15%가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에 의해 채워진다. 이들을 빼면 순수한 오토이넷푸 인구는 560명 정도에 불과하다.

기초 지자체 인구가 500명을 밑돌면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 진다. 오토이넷푸이 존립이 오토이넷푸고등학교에 달린 이유다. 주민등록 인구가 1명 늘면 정부로부터 연간 22만엔의 보조금을 받는다. 미술공계고가 매년 오토이넷푸에 880만엔(약 8476만원)의 재정 지원을 하는 셈이다.
관계인구를 늘리는데도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관계인구란 관광 목적으로 단기간 지역을 방문하는 '교류인구'와 지역에 거주하는 '정주인구'와 달리 한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반쯤은 주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관광객 이상, 거주자 미만'인 인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오토이넷푸 주민으로 3년을 지내고, 자신들의 고향이나 전국의 취업 현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에 오토이넷푸의 인지도도 올라간다. 오토이넷푸 군청도 오토이넷푸고 졸업생들을 활용해 관계인구를 늘리는 정책에 적극적이다.
사토 시호 오토이넷푸무라 총무과 지역진흥실 주사는 "졸업생들이 가구 장인이 되거나 미술가의 길을 걷더라도 다시 돌아와 취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이넷푸 인구 680명 가운데 이주자는 10명, 이 가운데 오토이넷푸고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정착한 졸업생이 4명이다. 오토이넷푸에코뮤지엄의 가와사키 에이 학예원도 그 중 한 명이다.
가와사키 학예원은 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 출신이다. 오토이넷푸고를 졸업한 뒤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했지만 오토이넷푸로 돌아왔다. 가와사키 학예원은 "고교시절의 생활이 무척 즐거워서 그리운 마음에 아무 생각없이 돌아왔다"며 "기숙사 생활 3년 동안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데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자연이 오토이넷푸에는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결혼해서 가족이 생겨도 여기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 오토이넷푸=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