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코로나 수능' 차분한 분위기 속 전국서 일제히 시작
곳곳서 수험생 수송작전…고사장 앞 교통사고로 병원서 시험 보기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수험생들이 가족과 후배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전국 1천370여 개 시험장에 입실했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교육당국이 시험장 앞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터라 시끌벅적한 응원전은 없었지만, 고사장이 마련된 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뜨거운 포옹을 하고 손을 맞잡는 모습만큼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입실 시간에 늦은 학생을 순찰차에 태워 이송한 경찰관부터 수험표를 떨어뜨린 학생을 목격하고 이를 찾아준 시민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돼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 코로나19 재유행에 응원 자제…차분한 분위기 속 입실
세 번째 '코로나 수능'을 맞은 이날 오전 전국의 수능 시험장은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수험생 입실이 이뤄졌다.

교육당국이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시험장 앞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해 수험생들은 가족과 짧게 포옹한 뒤 입실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이모(50) 씨는 "평소처럼 하고 오면 좋겠다"며 "수능이란 게 살아가는 데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하지만 전체 인생에서 보면 여러 지나가는 관문 같은 거니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 않으냐. 일희일비 말고 편하게 보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1일부터 육지로 나와 호텔에 묵으며 막바지 공부에 힘쓴 인천 옹진군 섬 학생들은 연수구 옥련여고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곳 역시 왁자지껄한 응원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은 인솔한 연평고 교사는 "아이들이 섬에서 왔다고 기죽지 말고 시험을 잘 치렀으면 한다"며 "교사 부임 후 처음으로 가르친 아이들이라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수원 영통구 태장고에서 만난 한 수험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는 수능을 앞두고 어제 너무 떨려 밤잠을 설쳤다"며 "오늘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 서구 경덕여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한 삼수생은 "세 번째라 그런지 더 긴장된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는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에서는 수험생 대부분이 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입실했다.

여느 수험장처럼 학부모가 자녀를 안아주거나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능 시험장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한 가운데 입실이 진행됐다.

◇ 발길 돌리지 못한 학부모들 "평소 하던 대로만 하길"
입실이 완료된 오전 8시 10분 이후에도 많은 학부모가 시험장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주 완산구 기전여고 앞에서는 어느덧 다 자라 큰 시험을 앞둔 아들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학부모들로 정문 앞이 북적였다.

일부는 교문 앞에서 한동안 두 손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이모(53) 씨는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막내가 수능을 볼 나이가 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고생했다'며 꼭 안아줄 것"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 대륜고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하모(50) 씨는 "어제 아들이 자기가 쓰던 플래너에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적어 놓은 걸 봤는데, 수능이 끝나고 돌아오면 똑같이 말해줄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광주 서구 기석고에 수험생 자녀를 데려다준 양모(50) 씨는 "시험 보는 아이는 덤덤한데 오히려 내가 떨린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평소 하던 대로만 하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입실 마감에 헐레벌떡…시험장 착각 사례도
올해도 입실 마감 시간에 임박해 헐레벌떡 뛰어오거나 경찰 차량의 도움을 받아 도착하는 수험생 사례가 속출했다.

수원 영통구 효원고에서는 입실을 2분 남긴 오전 8시 8분 소방당국이 마련한 '수험생 이동 봉사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도착, 수험생 2명을 가까스로 입실시켰다.

부산 사하구에서는 오전 7시 40분께 한 수험생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히자 경찰에 신고,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고, 서울 강서구에서는 오전 7시 20분까지 고사장으로 가야 했던 시험 감독관이 승용차 문을 열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경찰 도움으로 시험장에 무사히 도착하기도 했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전주 완산구 효자동의 사거리에서는 오전 7시 57분께 한 수험생이 "시간이 촉박하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3㎞ 떨어진 호남제일고까지 안전하게 이동했다.

이를 비롯해 전북경찰에는 총 6건의 이송 요청이 있었다.

전국 다른 경찰청에서도 이날 오전 내내 수험생을 이송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남 순천에서는 오전 7시 35분께 수험생이 승용차에 들이받혀 발목을 다치는 사고가 났다.

이 수험생은 병원으로 이송돼 병원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는 입실 시간 20여 분을 앞두고 수험생이 시험장을 잘못 찾은 일이 있었다.

이 학생은 성동고를 동성고로 착각하고 왔다가 뒤늦게 깨닫고 급히 경찰차로 이동했다.

학교 정문 근처에 있던 다른 수험생의 부모들은 "어떡해"라며 마치 자신의 자녀 일인 양 함께 발을 동동 굴렀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 시계 풀어준 경찰관에 수험표 찾아준 시민까지…온마음 담아 응원
입실 완료 1분 전인 오전 8시 9분께 부산 해운대구 부흥고 정문에서 한 학부모가 "아들이 '시계를 안 가지고 왔다'고 연락했다"며 "저도 스마트워치만 있는데, 혹시 아날로그 시계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느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이에 해운대경찰서 재송지구대 한순성 경위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벗어 정문으로 나온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한 경위는 "수험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능]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만"…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앞서 오전 7시 30분께에는 수험생이 택시를 타며 수험표가 든 지갑을 흘리는 모습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택시 기사에게 연락해 백양터널에서 택시를 따라잡아 지갑을 전달하고, 수험생을 경찰차에 옮겨 태워 시험장까지 이송했다.

울산 울주군에서도 오전 8시께 "방금 자녀를 시험장에 데려다줬는데, 집 근처에 와서 보니 차 안에 수험표를 떨어뜨리고 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이 학부모를 경찰차에 태워 사이렌을 켜고 5분 만에 5㎞ 떨어진 시험장인 남구 무거고에 도착, 무사히 수험표를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한편 올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천370여 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천791명 줄어든 50만8천30명이 지원(원서접수자 기준)했다.

(강영훈 김근주 김잔디 김재홍 김현태 나보배 윤우용 이종건 정경재 지성호 천정인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