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가 세계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 양국이 무역에서 대립각을 세우면 세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5%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사진)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분열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세계가 몽유병에 걸린 채 더 빈곤하고 덜 안전한 세계로 걸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두 강대국이 새 무역장벽을 세운다면 부유층을 제외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물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고조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보조금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데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장벽을 세운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일부 반도체 품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IMF는 미·중이 대립하면 세계 GDP가 연간 1.5%, 1조4000억달러(약 1860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중 간 무역 규모는 연간 6000억달러(약 798조원) 이상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양국의 완전한 단절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중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급망 다각화는 일리가 있지만 경제논리를 넘어서면 미국과 세계가 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자·의류 산업에서 중간재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두 배 이상 클 것으로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은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미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