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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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에 상장 일정을 계속 미루는 가운데 쿠팡의 흑자전환이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란 한계가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때 7조원대 'IPO 대어'를 꿈꿨으나 1조원대 평가를 받는 것도 현재로선 어려울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이르면 이달 말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구체적인 상장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 시기에 대해선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마냥 상장을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월22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심사 효력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2월까진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이 기간 상장하지 못하면 다시 예비심사 청구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자금조달 혹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용이 될 수 있는 만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투자자들의 니즈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넉넉지 못한 IPO 시장…'쿠팡 흑자' 덕 누릴 겨를도 없다

'상장 지연' 컬리…쿠팡 흑자전환에 분위기 반전 맞나 [분석+]
컬리는 당초 연내 상장을 예고했지만 IPO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탓에 공모 일정을 미루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쿠팡의 흑자전환이 우울했던 컬리의 상장 행보에 반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쿠팡은 올 3분기 10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3653억원 손실) 대비 흑자전환했다. 분기 기준 쿠팡이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건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쿠팡 영향이 온기로 작용할 겨를이 없을 만큼 시장 상황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올 초부터 지속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IPO 시장 내 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으면 IPO를 앞둔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박해질 수밖에 없는 얘기다. 공모가는 낮아지고, 상장하더라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컬리와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특례 요건'으로 상장한 쏘카가 대표적이다. 쏘카는 당초 희망 공모가 범위(3만4000~4만5000원) 하단보다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현재 주가는 1만7750원(11월14일 기준)으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대어급 IPO 주자들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상장을 철회한 것도 이같은 결과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고비용 구조 문제…"기업가치 1조도 인정받기 어렵다"

자료=한경 DB
자료=한경 DB
시장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고비용 사업 모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컬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컬리는 '새벽배송' 시대를 열면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높은 비용 구조에 상장 이후 만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컬리의 영업적자는 2018년 337억원에서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지난해 2177억원으로 매년 확대됐다.

늘어나는 새벽배송 수요에 힘입어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막대한 비용의 근원 또한 새벽배송에 있다. 새벽배송은 물류센터 구축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사업 확장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배송 인건비가 낮시간보다 많이 드는 데다 재고 관리 비용이 높아 좀처럼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주로 취급하는 식품 특성상 마진은 적고 폐기율은 높아 원가 절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업태를 가졌지만 몸집은 더 작은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보다 컬리를 향한 시장의 평가가 더 차가운 이유다. 더군다나 오아시스는 쿠팡 이전부터 새벽배송 업체 중 흑자를 내왔다. 모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활용해 새벽배송 전과정의 자동화를 이뤄 흑자 기반을 다졌다. 컬리와 달리 오프라인 점포를 둬 재고 폐기율을 대폭 낮춘 점도 흑자 구조를 갖출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평가됐다. 지난해 프리 IPO 유치 당시 4조~7조원대로 평가받았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최근 1조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1조원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자금이 비싸지는 상황에서 투자금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가뜩이나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투자자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회사 자체랑 시장 상황 이 두 가지를 살펴야 하는데 우선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IPO 시장이 (지난 2년간) 흥행했던 건 저금리여서 가능했던 것이다. 금리가 많이 내려야 컬리 IPO도 그나마 기대해볼 만하다"며 "컬리는 고비용 수익 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