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청 검사관 여성 드물어 "검사도 고통, 2차 피해 유발"
'성별만 같아도 트라우마'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배정 신중해야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상대로 폴리그래프(Polygraph·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할 때 성별을 고려한 검사관 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은 성폭력 피해자 A씨는 검사를 받는 동안 불편한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압박감에 남성 검사관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검사를 받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검사를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A씨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는 심정으로 2시간이 넘는 검사를 견뎌냈다.

A씨는 '여성 검사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폴리그래프 검사는 거짓말을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신체 변화를 감지해 거짓말을 탐지하는 검사다.

살인·성범죄처럼 목격자가 없거나 가해·피해자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에서 주로 활용된다.

성폭력 범죄를 수사할 때는 여성 성폭력 범죄 전담 조사관을 두고 여성 피해자인 경우 여성 조사관을 반드시 배정한다.

하지만 폴리그래프 검사의 경우 전담 검사관이 없을뿐더러 여성 검사관이 적극적으로 배정되지도 않는다.

'성별만 같아도 트라우마'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배정 신중해야
1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청의 경우 폴리그래프 검사관은 총 3명으로 이중 형사과에 속한 검사관 2명은 모두 남성이다.

검사자 측에서 요구한다면 다른 부서에 있는 여성 검사관을 배정해줄 수 있다고 하나,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지는 않았다.

A씨 변호사는 "여성 검사관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여성 검사관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경찰청 사정도 비슷하다.

전남경찰청 수사부 소속 검사관 2명도 모두 남성이며, 전국적으로도 성범죄 관련 검사를 하는 부서에 여성 검사관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폴리그래프 검사관은 사전 면담으로 검사 대상자의 성향·심리적 상태뿐 아니라 사건에 대한 검사 대상자의 주장 등을 충분히 듣는 시간을 갖는다.

또 심리적 공감대인 '나포(rapport)'를 형성한 뒤 검사에 임하기 때문에 총 검사 시간은 보통 2시간 이상 소요된다.

여성 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는 상대방이 가해자와 성별만 같아도 트라우마가 발생한다"며 "검사관 성별을 선택할 기회를 보장해주는 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