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친윤(친윤석열)계’가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여당이 이태원 참사 등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제대로 엄호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화살은 주호영 원내대표로 향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 메모를 주고받은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게 도화선이 됐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수석을) 두 번을 세워 사과시켰다”며 “협치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나. 의원들 사이에 부글부글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우리가 주 원내대표에게 원내 지도부 (역할을) 한 번 더 준 건 야당의 정치 공세를 막고, 소수 여당이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성과를 내자는 취지였는데 지금 드러난 걸 보면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이용 의원은 자유 발언을 신청해 “여당이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 하고, 장관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국감장 퇴장에 대해선 “왜 이들을 퇴장시켰나. 문재인 정부 때 강기정 정무수석은 더 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초선 비례대표가 5선 원내대표를 저격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사정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수석의 퇴장은 주 원내대표가 두 사람과 미리 교감하고 진행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일각의 갑작스러운 공개 비판은 주 원내대표의 중립적인 태도에 대한 친윤계의 누적도나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예로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발언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발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당내에선 주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주 원내대표가 (두 수석을) 퇴장시키는 것도 적절했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우리는 (사과하지 않았던) 지난 정권과 달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