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놓고 고민에 빠진 손태승 회장…이사회는 '외풍' 막을 수 있을까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사진) 징계 불복 소송에 나설지 관심이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연임하려면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 소송에 나서야 한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금융사 취업이 3년간 제한돼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이 징계 불복 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소송'을 택했을 때 따르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손 회장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금감원장의 '경고'

우선 손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징계 효력 가처분 신청을 받아내고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금융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손 회장은 금감원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서도 징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보고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1·2심 모두 손 회장이 승소했지만, 금감원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 소송(DLF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징계 취소 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일 뿐 아니라, 금융 당국이 손 회장의 연임에도 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원장이 "본점에서 구체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으로 저는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라임 사태 징계 외에도 금감원이 우리금융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지난 4월 드러난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두 달에 걸쳐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수시 검사를 벌였다.

외풍에 흔들리나

손 회장의 중징계 확정 이후 우리금융이 '외풍'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을 몰아내고 친정권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풍이 불면 이사회도 바람막이 역할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후보를 선출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추인받는 과정을 거친다. 사외이사는 키움증권, 푸본생명, 한국투자증권, 유진PE, IMM PE 등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 주주들은 대부분 금융사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는 금감원장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말 손 회장이 DLF 사태에 관해 중징계를 받았을 때도 당시 장동우 임추위원장은 손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도 "고객 배상과 제재심이 남아 있어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원장은 정부가 개입하는 낙하산 인사 시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번 제재 결정에) 어떤 외압, 그것이 정치적 외압이건 어떤 것이건 외압은 있지 않았다"며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제가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지난 DLF 사태 때처럼 손 회장이 일부 임원을 따로 불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