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 이전 등기 완료해야 소유권 취득" 판례 적용
대법 "체비지대장 '취득자' 이름 말소, 배임 아냐"
체비지(도시개발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취득해 처분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토지) 대장에 '취득자'로 올린 이름을 개발조합 측이 말소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도시개발사업조합장 A씨에게 벌금 1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무죄로 판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2015년 2월께 한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조합장을 맡게 된 A씨는 자신이 조합장을 맡기 전에 이미 체비지를 취득해 소유권 취득자로 대장에 이름을 올린 B씨의 명의를 말소했다.

앞서 도시개발조합은 건설을 맡긴 건설사에 체비지를 기성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건설사는 다시 B씨에게 3억5천만 원에 체비지를 넘긴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장이 된 A씨는 건설사에 "공사비를 과도하게 지급했으니 반환하라"며 소송을 내면서 체비지 대장에서 건설사와 B씨의 이름을 말소했다.

검찰은 "조합장인 A씨에겐 조합이 기성금으로 지급한 체비지 소유권을 취득한 건설사와 B씨의 권리를 보호할 임무가 있는데 이를 위배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뒤늦게 체비지 대장 명의를 원상회복한 점을 고려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이 체비지 대장상 '취득자'란의 피해자 명의를 말소한 행위만으로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는 '체비지를 매수한 자는 토지를 점유하거나 체비지 대장에 등재됐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때 비로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202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체비지 소유권을 둘러싼 민사 소송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이뤄진 도시개발 사업에서 피해자는 자신에게 체비지를 매도한 건설사에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권 등 '채권적 청구권'이 있을 뿐 도시개발사업조합에 직접적인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