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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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아연 채굴광산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두 광부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8일 보호자들에 따르면 안동병원에 입원 중인 두 광부는 전날 정오께 근로복지공단 영주지사 관계자 2명을 만나 산업재해 보상 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근로복지공단 측이 먼저 병원을 찾아 관련 절차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재해 보상 보험법에 따라 공단 측은 사업주인 광산업체(보험 가입자)에 재해 경위를 확인한 뒤, 업무상 재해인정 여부를 7일 내 결정한다. 사업주인 광산업체 측이 결과를 통지받으면 그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병원 입원 나흘째를 맞은 두 광부는 일부 증상이 호전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병원 측은 "눈이 부은 증상은 회복되고 있고 가벼운 경련 등도 나아졌다"면서 "체중이 늘고 컨디션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치료가 필요한 사항도 속속 나오고 있다.

작업 반장 박정하(62) 씨는 요통이 심해 이날부터 정형외과 진료를 받기로 했다. 동료 광부 박씨(56)는 복도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됐으나, 안면부 부기가 심해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그는 고립 기간 석회질이 섞인 지하수를 마시고 토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해 이로 인한 치료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두 광부 모두 전날 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 두 사람은 두드러기 등 발진 증상이 나타났으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작업 보조원 박씨는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다.

후유장해 등에 대한 우려로 두 광부 모두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김) 또는 퇴원을 최소 일주일 이후로 미뤄야 할 전망이라고 가족들은 밝혔다.

두 광부의 보호자들은 안동병원에서 제공한 병원 내 공간에서 머물고 있다. 가족 중 일부는 열흘 동안 광산 사고 현장에서 낮과 밤으로 지킨 탓에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두 광부는 "광산 현장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하 씨는 "광산에 다시는 일 하러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동료 광부들의 노동권을 향상하고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면 직접 들어가서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아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