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신진 작창가 발굴해 멘토링…다음 달 국립극장서 신작 시연회 창극, 최근 10년간 외연 넓혔어도 작창가 풀은 협소
"낄룩낄룩낄룩, 갈매기 떼지어 날아들 제, 철썩철썩 철철철썩 파도가 반겨 맞네, 제 몸 가릴 천 조각 한 장 없는 우리 골생원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 국립창극단 단원인 소리꾼 유태평양과 극작가 김풍년이 손을 잡고 만든 '강릉서캐타령'은 판소리의 미덕인 해학과 풍자, 우리말의 묘미, 판타지적 요소가 돋보이는 신작 창극이다.
전래 소리 강릉매화타령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원전의 마지막에서 맨몸으로 경포대 앞바다에 버려진 골생원의 조력자로 그의 겨드랑이에 붙어 있던 서캐(이의 알) 세 마리를 등장시켜 골생원이 강릉부사와 관기 매화에게 복수하도록 도와준다.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프로젝트'로 손을 잡은 두 예술가는 약 1년간 협업해 완성한 이 신작 창극을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연기와 소리로 오는 12월 10~1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김풍년 작가가 들고 온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창으로) 어떻게 만들지 걱정이 앞섰지만, 대본의 재미난 요소들을 판소리 어법으로 만들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유태평양) 이번 작창가 프로젝트 시연회에는 '강릉서캐타령'을 포함해 창극 네 편이 무대에 오른다.
장서윤·김민정이 옹고집타령을 현대적 감각으로 비튼 '옹처'와 박정수·김민정이 조선의 양반가 부녀자 사이에서 유행하던 동명의 내방가사에서 영감을 얻은 '덴동어미 화전가', 서의철·이철희의 '게우사'가 포함됐다.
'작창가 프로젝트'를 통해 신진 작창가와 중견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로, 우리 창극의 맥을 현대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젊은 패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작창(作唱)은 전통음악의 다양한 장단과 음계를 활용해 극의 흐름에 맞게 창극의 소리를 짜는 작업으로, 오페라나 뮤지컬로 치면 작곡이다.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은 최근 10여년간 전통 판소리는 물론 현대소설, 서양희곡, 그리스비극 등 다양한 소재를 흡수하면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해왔다.
국립창극단만 해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 '패왕별희', '나무, 물고기, 달', '트로이의 여인들' 등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창극의 경계를 넓혀왔다.
외연 확장에 따라 동시대 관객과 호흡할 차세대 작창가 발굴과 양성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 작창을 가르치는 정규 교육과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립창극단은 새로운 작창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올해 초 시작했다.
지난 1월 16명의 지원자 중에서 4명의 작창가를 선발했고, 극 창작을 위해 이들에게 4명의 중진 극작가들을 붙여줬다.
작창 멘토로는 소리꾼이자 배우인 이자람과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한승석 교수가 나섰고, 극작 멘토로는 극작가 배삼식과 고선웅이 나서 조언을 해줬다.
한 교수는 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자람 씨와 제가 근래 작창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한계가 있었다"면서 "젊은 작창가들이 더 많이 들어와 새 음악 문화를 담아 창극을 풍성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은 올해 시범 프로젝트로 시작한 작창가 발굴 사업을 내년부터 정규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오지원 국립창극단 책임프로듀서는 "작창가는 창극 무대를 만들어가는 중심으로, 이들을 같이 양성해보자는 절실함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가 멘토 배삼식은 우리 창극에 극작가들이 눈을 돌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립창극단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과 '리어'의 극본을 쓴 저명한 극작가로, 최근에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신시컴퍼니의 대작 '햄릿' 각본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