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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비건이 '종교'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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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현 유통산업부장
    [데스크 칼럼] 비건이 '종교'가 되면
    비거니즘(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철학)이 어떤 극단적 정치 이념보다 위험할 수 있음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식품·외식시장을 휩쓰는 ‘비건 열풍’을 보면서 되뇌는 생각이다.

    요즘 국내 식품업계는 비건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식물성 식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지 않은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보수적인 농심마저 비건 레스토랑을 내놓을 정도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업계 종사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나마 한국은 바람이 늦게 불었다. 뉴욕, 파리 같은 글로벌 대도시에서 미쉐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 대니얼 흄 등이 육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전문 레스토랑을 내는 건 뉴스거리도 아니다.

    '신(新)반달리즘'의 부상

    대세가 된 비건을 두고 “어떤 이념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하면 느닷없을지도 모르겠다. 새삼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그게 우리 삶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영양의 균형, 기후 위기 대응이란 명분은 거스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이 신념을 넘어 ‘사이비 종교’가 되더라도 저항하기 쉽지 않다. 밀집 사육한 소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이 콩에 비해 100g당 50배나 많은 건 ‘팩트’다. 마찬가지로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보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 등의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도 ‘과학’이다.

    하지만 광신도가 된 채식주의자들은 성장기 자녀에게까지 고기를 먹이는 걸 거부한다. 급기야 미국 플로리다에선 한 엄마가 18개월 된 자식을 굶겨 죽였다. 전 세계 주요 맥도날드 매장,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 등이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테러 타깃이 되는 건 흔한 일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비현실적 비거니즘이 소리소문없이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우리 삶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동물을 안락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을 의미하는 동물복지는 그 무게중심이 인간에게 놓여야 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식용동물을 키워 그걸 먹는 사람에게 해가 없도록 하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친환경도 과학에 근거해야

    그런데도 정부는 일부 동물복지단체의 압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임신돈을 고정틀(스톨)에서 사육하는 걸 금지하는 등의 탁상정책을 도입했다. 스톨이 없으면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에게 깔려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미 돼지 간 다툼으로 유산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실상이 무시된 건 식용 동물을 인간으로 착각한 결과다.

    스톨 의무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양돈농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해 구축(驅逐)할 공산이 크다. 1990년대부터 강력한 동물복지법을 시행한 영국의 돼지고기 자급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선례도 있다. 그렇기에 은퇴를 앞둔 한 식품공학 교수의 한탄은 뼈를 때린다. “지금 공무원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미명(美名)이 대세가 될 때 우리는 그것을 과학의 잣대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사이비 종교는 아닌지, 사기는 아닌지 거듭 의심해야 한다. 비과학적 생태주의가 스며드는데도 “뭐가 문제냐”며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으면 안 된다. 개구리가 물 끓는 걸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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