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불안 공존…주민들, 초기 상황전파 미흡 비판 한목소리
"대피소 멀어 대피 안해"…울릉군수 "20여분 우왕좌왕…시스템 고쳐야"
[르포] 공습경보 하루 지난 울릉도, 일상 회복…"관광객 많이 나가"
[르포] 공습경보 하루 지난 울릉도, 일상 회복…"관광객 많이 나가"
"조금 전에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쐈다고 뉴스가 나오네요.

설마 울릉도로 오는 건 아니겠지요?"
3일 오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한 식당.
기자가 방문한 이 식당 업주는 TV를 보던 중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뉴스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 주인 전화기가 울렸다.

지인에게서 "괜찮냐"라고 묻는 안부 전화가 왔고, 업주는 "아무 일 없다"며 답변하곤 이내 전화를 끊었다.

공습경보 발령 하루 뒤 배편으로 찾은 울릉도는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구름이 좀 많이 낀 가운데 아침 기온은 14도 안팎으로 그다지 쌀쌀하지 않았다.

기자는 우여곡절 끝에 배표를 구해 전날 밤 11시 50분 포항항에서 출발한 울릉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여객선은 예정대로 3일 오전 6시 30분 울릉 사동항에 도착했다.

사동항에는 여객선에서 내린 관광객을 태우러 온 버스나 렌터카가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

여객선에서 내린 주민이나 여행객은 각자 바쁘게 움직였다.

인근 도동항에는 많은 식당이나 상점이 이른 오전부터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선착장 한쪽엔 오징어가 건조되고 있었다.

여느 때 울릉도를 찾았을 때와 분위기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한 70대 주민은 "어제 오전엔 좀 뒤숭숭했는데 지금은 괜찮고 다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르포] 공습경보 하루 지난 울릉도, 일상 회복…"관광객 많이 나가"
도동항 선착장에는 섬 일주 여행 여객선이 두 대 서 있었다.

여객선을 타러 나온 여행객은 가방을 메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가끔 북한 미사일 얘기를 하는 관광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 60대 주민은 "어제 오전에도 도동에 있었는데 처음엔 이태원 참사 추모 사이렌인 줄 알았다"며 "안에서 TV를 통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전해줘서 그제야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많은 주민은 사이렌이 울려도 대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커피숍 업주는 "대피소까지 거리가 멀었고 따로 대피하지는 않았다"고 말했고, 다른 식료품 업주도 "대피하지 않고 상가에 그냥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온한 모습 뒤에는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자리 잡은 듯했다.

주민들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이후 울릉도를 빠져나간 관광객이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한 식당 업주는 "보통 저녁 시간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는데 어제 저녁엔 두 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광업 종사자는 "어제 일정을 조정해서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일 울릉도에서 만난 여행객 반응도 엇갈렸다.

전북에서 온 여행객은 "소식은 들어 좀 불안하지만 이미 일정을 다 짜놨는데 어떡하겠느냐"며 "별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여행객은 "북한이 그렇게 한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2일 공습경보 사태를 겪은 주민들은 대부분 정부나 울릉군 조처에 비판을 쏟아냈다.

경보 사이렌이 울린 후 뉴스를 곧바로 접한 주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민들은 20여분간 전혀 아무런 소식을 알지 못했다.

사동항 인근 식당업주(60)는 "무슨 상황인지 정부나 울릉군이 빠르게 전파하지 않았고 대피소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상황을 접하고 20여분간 우왕좌왕한 것이 맞다"며 "예전에는 경보가 울리고서는 상황 설명이 나왔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아서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르포] 공습경보 하루 지난 울릉도, 일상 회복…"관광객 많이 나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