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틀 뒤 작성…언론의 정부 비판 보도 급증세도 주목
[이태원 참사] "진보단체, 정부 규탄 논리 모색"…경찰 동향 문건
경찰청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주요 시민단체의 동향과 언론 보도 추이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특별취급'으로 분류돼 대통령실과 같은 상급 관계기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2일 SBS가 공개한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에 따르면 문건에는 시민단체 동향과 관련해 일부 진보성향 단체의 반발 분위기에 주목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은 "진보단체 등이 저마다 정부 규탄 논리를 모색 중"이라면서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거나 지난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올해를 비교하는 카페 글·카카오톡 지라시를 공유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썼다.

문건은 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번 참사에서 여성 사망자가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反)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국민중행동이 이번 참사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는 대목도 있다.

또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 책임론'이 부상할 조짐이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문건은 이태원 참사 관련 '정부 책임' 보도량이 30일 0시∼오후 1시 9건에서 오후 1시∼8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이 심층보도를 준비 중이어서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가 있다)"라고 적었다.

문건은 이밖에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치료비·보상금 관련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신속히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구호금 지원금을 발표했지만 통상 대형참사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해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차단하고 정부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