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서 한국어 공부…한국 정착 꿈 이루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이태원 참사] K팝 좋아 한국 사랑한 러시아 여성 참변
"K팝(POP)이 좋아 한국을 사랑하게 됐고, 대학 졸업 후 취업해 한국에 정착하는 게 꿈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
경기북부 한 대학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로 숨진 러시아 여성 A(27)씨를 기억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K팝이 좋아 무작정 한국에 왔다.

한국어는 잘 몰랐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혼자 어렵게 돈을 벌고 모아 겨우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입국한 뒤 우선 한국말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이 대학 국제어학원 한국어 과정을 수강했다.

이 과정은 통상 2년이지만 열정이 많던 A씨는 조기 수료해 내년 3월 같은 대학에 입학해 시각 디자인을 공부할 예정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해 한국에 정착하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29일 밤 대학에 A씨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A씨는 한국인 친구들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갔다가 좁은 골목에서 인파에 휩쓸리다 쓰려졌고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대학 기숙사에서 A씨의 유품을 정리하던 친구들은 책상과 사물함 등에서 A씨가 평소 아끼던 K팝 굿즈를 보고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대학 측은 A씨 외에도 재학생 2명이 이태원 참사로 숨진 것을 확인하고 교내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해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A씨의 시신은 사고 직후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전날 밤 의정부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같은 러시아 여성 시신 1구와 함께 이송됐다.

이들이 안치된 장례식장은 유족이 없어 적막했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서울시와 경기도 관계자들만 장례 지원 등을 위해 자리를 지켰다.

대학 측은 1일 하루 이 장례식장에 A씨의 빈소를 차릴 예정이며 이후 시신을 화장한 뒤 외교부, 주한러시아대사관 등과 협의해 유골함을 모국에 보낼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