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무사령탑 허리펑 유력…중앙은행장에 이후이만·인융 경합
'반부패 드라이브' 칼자루 쥘 '시자쥔' 리시·잉융 주목
[시진핑 3기 파워엘리트] ③ '공동부유+파이 확대' 나설 경제팀
중국 시진핑 집권 3기의 최대 숙제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적 견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성장률 둔화가 현저한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22일 끝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계기에 자신의 최대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를 강조하고, '재산축적 메커니즘 규범화' 등 몇 가지 추진 구상까지 제시한 가운데, 새 경제팀이 성장과 공동부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런 난제를 풀어야 할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의 실질적 리더는 최근 중국 지도부인 중앙정치국(24명)에 진입한 허리펑(67)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될 것이라는 게 많은 관측통의 예상이다.

류허의 뒤를 이어 경제 담당 부총리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허리펑은 40년 이상 시 주석과 친분을 쌓아온 인물로 경제 분야의 핵심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이다.

1980년대 시 주석이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샤먼시 정부 판공실 부주임으로 일하며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경제학 박사(샤먼대학에서 재정학 전공)인 허리펑은 다양한 현장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광둥성 출신인 그는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 시절 푸젠성 융딩현에서 3년간 하방 생활을 한 뒤 1976∼78년 수력발전소 근로자로 일하며 그야말로 '현장'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78∼84년 샤먼대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밟은 그는 1984년 샤먼시 경제특구 경제연구소 간부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샤먼시, 푸젠성, 톈진시 등에서 지방경제 관료로서 경력을 쌓은 뒤 2014년 시 주석에 의해 발개위 부주임으로 발탁된 데 이어 2017년 주임으로 승진했다.

발개위 주임으로서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한편 고속도로·터널·교량 건설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을 지휘했다.

시 주석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시 주석의 방북 때 수행원으로 동행하는 등 외교 현장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장 후보로는 이후이만(58)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주석과 인융(53) 베이징시 부서기(이상 당 중앙위원)가 선두주자로 꼽힌다.

저장성 출신인 이후이만은 저장은행학교(현 저장금융직업학원)를 졸업한 뒤 줄곧 금융계에 몸담아 왔다.

중국공상은행 행장, 회장을 거쳐 2019년부터 증감위 주석으로 재직해왔다.

그가 공상은행을 이끌 때인 2018년 공상은행 자산 규모는 20조 위안(3천919조 원)을 돌파하며 당시 전 세계 은행 중 자산 규모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이만은 지난 8월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서 "중국은 자금이 부족하진 않지만, 혁신 자본의 부족 문제가 비교적 두드러진다"며 "전통산업의 투자 증가 속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구조적 모순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강조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주식시장의 정상적인 등락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반대하면서도 무간섭 주의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펴왔다.

인융 부서기는 정통 인민은행맨이라는 점이 경쟁력이다.

대학 졸업후 인민은행 산하 국가외환관리국의 비축관리사(司)에서 일을 시작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과 금의 경영 관리를 책임지는 비축관리사 사장을 거쳐 행장조리(2015년), 부행장(2016년)으로 승진을 거듭한 뒤 2018년부터 베이징시에서 부시장, 부서기 등을 거치며 시야를 넓혔다.

국무원 재정부장 후보로는 저우자이(59) 20기 당 중앙위원이 거론된다.

국제관계학원 영어과 출신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저우자이는 대학 졸업 후 재정부에 몸을 담아 세계은행 관련 업무를 다년간 맡았다.

재정부 대외경제교류판공실 주임, 국제국 국장, 국제경제관계국 국장 등을 역임한 데 이어 재정부 부부장(차관)까지 올라갔었다.

2016년부터 한때 재정부를 떠나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몸담았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뜨거웠던 2018년 재정부로 돌아왔다.

그는 재정부 부부장 시절인 2020년 10월 26일 상하이외탄금융포럼에서 IT대기업들의 과도한 금융 수입에 문제를 제기하고, 감독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당시 정부 규제의 문제를 지적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대척점에 섰다.

또 농업 분야에서는 한쥔(59) 지린성 성장(당 중앙위원)이 단연 두각을 드러내 왔다.

산둥농업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시베이농업대학에서 석·박사를 딴 정통 농업 전문가다.

그는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농촌부 부장과 국가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재경영도소조 부주임, 농업농촌부 부부장 등을 지냈다.

한 성장은 2019년 10월 무역협상 방미단 일원으로 류허 부총리와 동행했고, 중앙농촌공작 영도소조판공실 주임 시절인 2017년 3시간 24분짜리 시 주석의 19차 당 대회 업무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020년 11월부터 지린성 성장으로 재직하며 농촌 빈곤 퇴치 문제에 깊이 천착했다.

한원슈(59)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당 중앙위원)도 시진핑 3기에서 활약할 핵심 경제관료로 꼽힌다.

베이징대학에서 경제학 전공으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밟고 인민대학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딴 그는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국무원 연구실 등에서 일한 경제 정책통이다.

시 주석의 핵심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 추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작년 11월 "공동부유를 촉진하려면 발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분배 문제도 중요하지만, 분배만으로 공동부유를 이룰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넘었지만, 아직 고소득 국가 수준에는 못 미치며 현재의 국민소득을 모두 균등하게 분배한다고 해도 공동부유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파이를 크고 좋게 키운 뒤 잘 분배하는 것이 공동부유의 추진 순서라는 견해를 밝혔다.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최근 '공동부유의 점차적 실현'이 명기된 만큼 그가 공동부유 정책 추진의 선봉에 설 경우 경제 성장세를 본궤도에 올리는 속도에 맞춰 분배 측면을 강화하는 기조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진핑 3기 파워엘리트] ③ '공동부유+파이 확대' 나설 경제팀
한편 시 주석 집권 3기 반부패 드라이브는 시 주석의 측근 그룹 일원인 리시(66)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신임 서기(65·정치국 상무위원)와 잉융 최고인민검찰원 부서기가 주도할 전망이다.

간쑤성 량당현 출신인 리시는 시베이(西北)사범대 중문과에서 학사,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공상관리학 석사 학위를 각각 받은 뒤 1980년대 초반부터 고향 간쑤성에서 당 선전부 비서처 간사, 란저우시 당 부서기, 간쑤성 당 비서장(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관료로서 경력을 쌓았다.

간쑤성 근무 시절 시진핑 주석 아버지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동료인 리쯔치 전 간쑤성 서기의 비서를 지낸 것이 인연이 되어 그는 시 주석이 30대 초반이었을 때부터 시 주석 측근 그룹의 일원으로 꼽혔다.

이어 그는 2006∼2011년 산시성 옌안시 당서기를 지낼 당시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 시기 하방 생활을 했던 량자허촌의 관광지 개발에 앞장선 일로 유명하다.

이후 2013년 시작한 시진핑 주석 집권기에 상하이시 당 부서기, 랴오닝성 당서기, 광둥성 당 서기 등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정작 정법이나 기율 분야의 경력은 일천하다.

또 시 주석의 저장성 당 서기(2002∼2007년) 시절 부하 인맥을 의미하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인 잉융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파출소 사무원 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정법 분야 2인자로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파출소장 등을 맡던 시절 여러 분쟁과 패싸움 등을 무난히 처리하고 밀수 조직을 강력하게 단속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를 맡았을 때 본격적 출세 가도로 접어 들었다.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장 시절인 2006년 돈이나 인맥이 없어 소송을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승소 당사자의 합법적 권익이 집행 부실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등 이른바 법원 시스템상의 3가지 약속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하이 시장을 맡고 있던 2020년 2월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한 후베이성에 당 서기로 부임해 '방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 3월 당 서기직에서 갑자기 물러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흙수저 신화가 끝나는가 싶었다.

한직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헌법·법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와신상담했던 그는 8월 최고인민검찰원 당조(組) 부서기로 임명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고, 최근 20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으로 선출되며 아직 할 일이 남았음을 알렸다.

[시진핑 3기 파워엘리트] ③ '공동부유+파이 확대' 나설 경제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