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40∼50m 아래 3㎞ 길이…축구장 5개 규모, 저류용량 40만㎡
서울시도 강남역 등에 빗물터널 설치 계획…오세훈 "좋은 연구사례"
도심 침수 막고 오염수 정화…유럽 최대 마드리드 지하 빗물터널
골프장을 끼고 있는 공원 한가운데 지하 주차장 입구처럼 생긴 시설물이 보였다.

주변에서 희미한 하수 냄새가 났지만, 악취 수준은 아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시설물 내부로 들어서자 마스크를 쓰고 싶을 정도로 하수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좀 더 걷자 깊고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사나레스강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 지하 빗물저류조이자 대심도 빗물배수시설(빗물터널)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의 모습이다.

빗물터널은 지하 40∼50m 부근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마드리드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이곳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마드리드시 관계자 등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서울시는 8월 폭우를 계기로 방재성능 목표를 10년 만에 상향하면서 2027년까지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 3개소에 아로요프레스토 빗물 저류조와 같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바 있다.

마드리드시에는 만사나레스강을 따라 설치한 총 36개의 빗물저류조와, 이곳과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대규모 집수관(직경 6.7m·연장 3㎞)이 있다.

36개 빗물 저류조는 올림픽 수영장 391개를 합한 규모이며 저류 능력은 약 132만㎥다.

주 기능은 사용 후 오염된 물을 강으로 방류하기 전 하수 처리를 위해 저장하거나 가뭄에 대비해 일종의 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갑작스레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도심지 침수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이 중 아로요프레스노 빗물 저류조는 2008년 마드리드 시비 1억2천400만 유로(약 1천747억원)를 투입해 만사나레스강 상류에 축구장 5개를 합친 규모(면적 3만5천㎡·높이 22m·저류 용량 약 40만㎡)로 설치됐다.

지상에는 골프장과 녹지가 조성됐고 지하 1층에는 운영·관리시설과 주차장이, 지하 2층에는 실질적으로 빗물을 저장하는 탱크가 있다.

도심 침수 막고 오염수 정화…유럽 최대 마드리드 지하 빗물터널
이날은 비가 오지 않아 탱크가 비어 있었고 한쪽에는 수문을 열어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자동청소시설이, 다른 한쪽에는 청소 후 남은 슬러지(하수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가 보였다.

또 지상에서보다 심한 악취가 났다.

마르타 로페스 산체스 마드리드시 하수도과장은 "평소에 비가 오지 않을 때 인공파도를 만드는 방식으로 청소를 하고,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환기시스템도 설치했다.

슬러지는 1차로 제거 작업을 한 뒤 생물학적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우로 탱크가 가득 차는 경우는 1년에 두 번 정도이고 일반적인 하수용까지 포함하면 연간 60회"라며 "마드리드는 강우량이 평소 많지 않으나 갑자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특성이 있다.

이달 초 폭우가 내렸을 때는 1시간 만에 탱크가 반 정도 찼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시설을 둘러본 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규모가 매우 큰 지하 시설물이라 놀랐다"며 "이렇게 큰 지하시설이 1년에 평균 두 번 활용됐다고 하니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는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진작 만드는 것이 긴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최근 장마철을 분류하기 힘들고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식으로 강우 유형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쿠알라룸푸르, 도쿄와 함께 굉장히 좋은 연구사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오 시장은 또 "아로요프레스노의 경우 홍수 예방 기능도 중요하지만, 저류된 빗물이 빠져나가는 만사나레스강 수질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정수시설에 매우 신경을 쓴 점이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현재 빗물배수시설 설치를 위한 첫 단계인 기본계획용역 공고를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완료하고 순차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도심 침수 막고 오염수 정화…유럽 최대 마드리드 지하 빗물터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