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바즈 사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다음달 1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중국이 수교국과 설정하는 외교 관계의 최상위 등급인 '전천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두 나라는 파키스탄 국토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철도 인도양의 관문인 과다르항 등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년여 만에 대면 외교를 재개하면서 첫 순방지로 중앙아시아를 선택했다. 중앙아시아 역시 일대일로 사업의 주축을 이루는 지역이다. 시 주석은 각국 정상과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철도(CKU 철도) 건설을 위한 3국 간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일대일로 구상에 다시 힘을 불어넣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집권 이듬해인 2013년부터 추진했다. 저개발국의 자원을 중국의 자본으로 개발해 함께 발전하자는 목표를 내걸었다. 저개발국의 교통, 발전, 항만 등 인프라와 광산 개발이 주요 타깃이다. 사업 형태는 양국 기업이 건설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은행이 자금을 빌려주고 상대국 정부가 보증을 서는 ‘건설 계약’과 중국이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접 투자’로 구분된다. 사업 시작 이후 올 상반기까지 중국은 총 9310억달러(약 1323조원)을 쏟아부었다.
다만 코로나19 충격, 중국 내 부채 리스크 고조 등으로 사업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올 상반기 일대일로 사업 규모는 284억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3.4%, 2020년 상반기보다는 40%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595억달러)도 2020년보다 2%가량 줄었다.
일대일로 투자를 유치한 국가들이 재정난에 빠진 것도 규모를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해당국에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는 프로젝트를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중국 돈을 받은 국가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중국 역시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서방 국가들은 이를 중국의 '채무 함정'이라고 비판했다.
스리랑카는 2017년 함반토타 항구건설 과정에서 진 14억달러를 갚지 못해 중국항만공사에 99년의 운영권을 넘겼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로 주력 관광산업이 붕괴하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5월 디폴트에 빠졌다. 최근에는 케냐가 철도 건설 프로젝트 관련 50억달러 대출 만기를 기존 15~20년에서 50년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문제가 있는 사업의 대출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새 대출을 제공하기까지 하면서 중국의 금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조차도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시 주석 집권 3기에는 일대일로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으로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상·하반기 일대일로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는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의 네도필 왕 소장은 "리스크가 큰 대규모 사업을 줄이는 대신 참여 국가를 늘리는 방향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과 40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허리펑 발개위 주임이 부총리 후보로 부상한 것을 통해 일대일로가 어떤 식으로든 다시 중국 외교의 주요 아젠다로 등장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허 주임이 일대일로를 설계했으며 현재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정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허 주임은 이번 당대회에서 24인의 정치국원에 선임됐다. 시 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려온 류허 부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 후보인 리창 상하이 당서기, 상무부총리 후보인 딩쉐샹 주석비서실장 모두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허 주임이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