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로 좌선 어렵자 민화 수행…"민화에 현실 풍자 없으면 생명 없는 것"
호랑이로 시대 풍자…상원스님의 '백호야 노올자' 민화전
'선화일여(禪畵一如)'를 수행 방편으로 삼아온 경남 고성 계승사 주지 상원스님이 수년간 작업한 민화 작품들을 대중 앞에 선보인다.

30일까지 경남 진주시 남가람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전 주제는 '백호야 노올자'.
스님이 2016년부터 그려온 민화 200여점 중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품 36점을 모았다.

'호랑이해'인 올해가 가기 전, 액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 그림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은 스님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대표작 '백호야 노올자'는 한 꼬마가 나뭇가지로 자신보다 족히 열 배는 커 보이는 호랑이를 한껏 놀리는 장면을 담았다.

나이키 신발을 신은 꼬마는 운동선수처럼 힘이 솟는 듯 성이 나 달려들 듯한 호랑이 앞에서도 위세가 당당하다.

작품 '꽃길만 가소서'를 보면 꽃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는 호랑이에게서 유쾌 발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전시전에서는 전통민화 색채가 강한 '호작도', '맹호도'와 불화인 '양류관음도'도 감상할 수 있다.

호랑이로 시대 풍자…상원스님의 '백호야 노올자' 민화전
스님은 자신의 그림을 '시대 민화'라는 말로 설명했다.

"전통 민화만 그리면 조선시대 민화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시대 민화는 지금 현실을 담아내야 하지요.

현실을 담아내고, 현실을 풍자하고, 이게 없으면 민화는 생명이 없는 겁니다.

"
스님이 민화를 그리게 된 이유는 '허리디스크' 때문이다.

보통 선방에서는 하루 14시간 정도 좌선을 하는데,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고 나서는 이렇게 앉아서 참선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한다.

대신 14시간 이상을 수행하듯 민화 그리기에 몰두했고, '코로나19' 사태 때 집중적인 수련을 거치며 그림의 폭이 넓어졌다.

스님은 "망념을 없애고자 하루 14시간 이상, 아니면 밤새 그림을 그렸다"며 "내게 주어진 현실을 데리고 놀 수 있을 정도로 의지를 발휘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2000년 출가한 스님은 동국대에서 한문학, 불교학, 선학을 공부했다.

2017년 개천미술대상전에 입상한 뒤로 여타 미술대전에서 10여차례 수상했다.

단체전에 참여해온 스님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랑이로 시대 풍자…상원스님의 '백호야 노올자' 민화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