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분석…이란제 자폭드론 공세는 '미사일 고갈' 방증
"러, 훈련 못받은 징집병 배치로 패퇴 거듭"
'시리아 도살자' 새 사령관 투입했지만 "러, 수세 극복 난망"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도살자'로 악명을 떨친 세르게이 수로비킨을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울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힘든 '자폭 드론'(무인기) 공격 의존도를 높이며 화력 고갈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데다, 훈련 경험이 없는 징집병들을 마구잡이로 전선에 배치하는 점 등을 보면 전반적인 장기전 수행 여력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로비킨은 대학살을 자행하고 공포감을 퍼뜨리는 데에 익숙한 인물"이라면서도 "잔인함만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꺾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레슬링 선수처럼 다부진 몸매의 수로비킨은 체첸 분리주의자 진압, 시리아 반군 진압 등 작전을 지휘한 베테랑이다.

특히 2019년 시리아 원정에서 패전 위기에 처하자 피란민 300만명이 모여 사는 반군의 최후 거점 이들립을 무차별 공습, 병원과 민간 시설을 파괴한 일로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의 기반시설을 파괴한 것을 두고 폴리티코는 "수로비킨이 시리아에서 써먹은 각본을 우크라이나에서 반복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영국군 정보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도 "수로비킨의 전술은 '전쟁의 규칙'에는 완전히 어긋나기는 하지만, 시리아에서는 분명히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도살자' 새 사령관 투입했지만 "러, 수세 극복 난망"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발전소의 3분의 1이 파괴되고, 100만 가구 이상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실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드론만 갖고 전세를 뒤집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드론에 집중하는 것은 서방의 제재로 미사일 재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저럼한 비용으로 화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순항미사일 제작에 최대 200만 유로(약 28억5천만원)가 투입되는 반면, 드론에는 2만 유로(약 2천850만 원) 정도만 들이면 된다.

100배나 싸다.

러시아는 제재를 피해 이란으로부터 드론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론은 폭발물 하중을 수십㎏밖에 감당할 수 없어 목표물에 심도 있는 타격을 가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드론 조종에 필요한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의 교란 방법을 찾아낸다면 이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미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미사일 고갈의 방증"이라며 "러시아군의 역량은 그들이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속이 텅텅 비었다"며 "한때 군산복합체를 과시하던 러시아가, 소련이 이렇게 됐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군 수뇌부와 현장 지휘관들의 통솔력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미 해병대 대령 출신으로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있는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존 바랑코는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부터 미군으로부터 교리를 전수받아왔고, 거대한 전쟁의 청사진 아래 소규모 부대를 전투에서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부사관들을 양성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당한 이후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이어오며 칼을 갈았던 반면, 최근 패퇴를 반복한 러시아군은 모자란 병력을 채우기 위해 갓 차출한 보충병들을 전선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군이 숙련된 간부를 키워내지 못한 것은 수로비킨이 만회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라며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징집병들이 전투에 투입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 도살자' 새 사령관 투입했지만 "러, 수세 극복 난망"
실제로 신규 징집병이 대거 투입된 남부 헤르손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파죽지세로 진격을 계속하자 지난 19일 현지 행정부가 긴급 대피령을 발동한 바 있다.

헤르손은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로 진격하기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헤르손에 남아있는 러시아 부대가 전술적으로 위태로운 형세"라며 "전투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급받기도 어려워 보이고, 역습을 가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수로비킨은 결국 질서정연하게 퇴각해야 한다는, 군사적으로 가장 어려운 기동을 펼쳐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폭력행위만으로는 의욕이 충만하고 민첩한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러시아 징집병들을 살려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