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박 NLL 침범…軍, 20발 경고사격
북한 상선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고 북한은 방사포 사격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핵실험을 앞둔 북한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 무력화’ 시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지점에서 북한 상선(선박명 무포호·약 5000t급) 한 척이 NLL을 침범했다. 이에 우리 해군 호위함 등 수 척이 현장에서 경고 통신을 20여 차례 발신했다. 상선은 오히려 ‘북한 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신을 했다.

북한 상선이 남하를 계속하자 우리 해군은 상선 진행 방향 앞쪽에 기관총 20발을 경고 사격했다. 상선은 NLL 남쪽 3.3㎞까지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발 상황에 대비해 우리 공군은 KF-16 등의 초계전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NLL 침범 약 40분이 지난 오전 4시20분께 결국 상선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NLL을 넘어 중국 방향으로 이동했다. 북한 상선이 NLL을 넘어온 것은 2017년 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특히 이번에 넘어온 무포호는 1991년 북한이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기 위해 동원했던 배와 이름이 같다.

북한은 이후 오전 5시14분께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10발을 사격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방사포 사격 이후 “24일 새벽 3시50분경 남조선 괴뢰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이어 “5시15분 해상 적정발생수역 부근에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해 적 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언급한 ‘해상군사분계선’은 NLL로부터 남쪽 최대 6㎞ 거리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선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해군 함정은 이날 대응 과정에서 NLL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상선과 1㎞ 가까이까지 근접했지만 NLL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합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 조치에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군은 이번 사건이 선박의 단순 NLL 월선이 아니라 ‘침범’으로 판단하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 중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상선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NLL 무력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