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스캔하고 항해기록장비와 CCTV 수거해 감정

제주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갈치잡이 어선이 전복돼 4명이 실종된 가운데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한 선체 합동 감식이 24일 서귀포항에서 이뤄졌다.

감식에는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과학수사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관계자 10여명이 참여했다.

감식팀은 스캐너로 선체를 스캔하는 등 충돌·파손 상태를 살펴보고 조타실과 양묘기(닻을 올리거나 내리는 장치), 엔진 상태 등을 확인했다.

또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선박자동식별장치(AIS), GPS 플로터 등 항해기록 장비와 폐쇄회로(CC)TV를 수거해 감정할 계획이다.

고재아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우선 항해기록 장비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며 CCTV 영상이 남아있는지도 확인해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A호는 지난 21일 밤 서귀포항으로 예인됐으며, 20여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23일 오전 7시 15분께 육상으로 인양됐다.

이번 감식을 통해 미궁에 빠진 A호 사고 경위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승선원 4명이 모두 실종됐고 해경 등에 구조 신고조차 접수되지 않아서 사고 원인은커녕 사고가 언제 발생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V-PASS와 AIS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17일 오후 4시께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A호의 V-PASS는 17일 오후 3시 58분까지 식별된 뒤 꺼졌고, AIS는 2분 뒤인 오후 4시 신호가 끊겼다.

해경은 18일 오전 2시 40분과 2시 46분께 선주와 같은 선단 어선 신고를 연이어 받으면서 A호의 연락 두절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A호는 결국 신호가 끊긴 지 13시간 뒤인 18일 오전 5시 8분께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8㎞ 해상에서 뒤집혀 바닥만 보이는 상태로 해경에 발견됐다.

해경은 조업할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정박해 대기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실종자 4명(한국인 2, 외국인 2)을 찾기 위한 해상 수색은 함정과 선박 10척, 항공기 4대 등을 동원해 7일째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