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자사고·외고에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일반고-자사고 희망 중학생 사교육비 격차 연 127만원→287만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시절 '사교육 없는 외고·자사고 입시'를 표방하는 입학전형을 도입했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 진학할 중학생과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의 사교육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2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후보자는 교과부 차관이던 2010년 1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체제 개편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주호 '사교육 없는 고교입시' 외쳤지만…사교육비 격차 커졌다
2011학년도부터 외고·국제고, 비평준화 지역 자사고(당시 자립형사립고·자율형사립고)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하고, 교과 지식을 묻는 구술면접과 경시대회·인증시험 성적은 전형 요소에서 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평가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 '고교 입학사정관제'였다.

전형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사교육비 줄이기였다.

당시 교과부는 자료에서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입시가 전면 개편된다"며 "중학교 학습문화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대해서도 "입시에 있어서 과도한 사교육 유발요인을 최소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사교육 없는 고교입시' 외쳤지만…사교육비 격차 커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차관이었지만 2008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시절부터 주요 교육정책의 틀을 짰기 때문에 자기주도 학습전형 역시 이 후보자의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이후 장관직에 오른 그는 2010년 12월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직후 브리핑에서 "고입 제도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효과가 빠르다.

특목고는 입시 명문교가 아니라는 인식이 벌써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자사고·외고 입학전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가 공언한 대로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37만7천원이었다.

이에 비해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학생의 사교육비는 61만6천원으로 60% 이상 많았다.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58만6천원이었다.

이주호 '사교육 없는 고교입시' 외쳤지만…사교육비 격차 커졌다
고교 분류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정부가 2011년 시행한 조사에서는 일반고 지망 중학생의 사교육비가 26만1천원이었고, 자율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36만7천원, 특목고(외고·국제고·과학고) 희망 중학생의 사교육비는 40만1천원이었다.

일반고와 자사고(2011년 자율고) 희망 중학생의 사교육비 격차는 10년 사이 월 10만6천원에서 23만9천원으로 2배 이상이 됐다.

1년치로 환산하면 격차가 127만원에서 287만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주호 '사교육 없는 고교입시' 외쳤지만…사교육비 격차 커졌다
사교육 참여율 또한 일반고 희망 중학생은 2011년 73.5%, 2021년 73.7%로 비슷했다.

2011년 특목고 희망 중학생은 86.8%, 2021년 외고·국제고 희망 중학생은 84.0%가 사교육에 참여했고, 2011년 자율고 희망 중학생은 83.1%, 2021년 자사고 희망 중학생은 85.4%가 사교육을 받았다.

별다른 변화 없이 외고의 인기가 자사고로 옮겨간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를 존치하기로 한데다 이주호 후보자가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고교 서열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면 외고·자사고에 입학한다는 말이 진심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자사고에 가려면 돈을 더 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 찬스'가 작동하는 점에 대해 이 후보자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