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둥지탑 16개 설치…올해는 현지방문 어려워 계획 연기
윤종민 박사 "철새는 월동지-번식지 연결성 중요…국가간 협력해야"
황새들도 우크라 사태 영향…한러 인공둥지 사업 차질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이 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졌다는 말이 있다.

검은 부리와 첫째날개깃(가장 바깥쪽 날개깃), 붉은 다리와 아이라인.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겨울철새, 황새가 그 주인공이다.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멸종위기(EN·endangered) 등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전 세계에 1천∼2천5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3∼5월이면 시베리아,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등에서 번식하고, 10월께부터는 한국, 일본, 중국 남부 등으로 내려와 겨울을 난다.

황새들도 우크라 사태 영향…한러 인공둥지 사업 차질
23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생태원은 세계자연기금(WWF) 러시아 아무르 지부와 지난 2019년 11월 멸종위기인 황새의 번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인공둥지탑을 짓고 이동 경로 등을 공동연구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공둥지탑 만들기는 통상 5∼20m의 나무에 둥지를 짓고 매년 같은 둥지를 재사용하는 황새의 습성을 고려한 서식지 보전 사업이다.

이에 따라 양국 연구진은 2020∼2021년 2년 동안 러시아에 황새가 도래하기 전인 2∼3월 인공둥지탑을 번식지인 연해주 한카호 습지에 10개소, 중간 기착지인 두만강 유역에 6개소 설치했다.

한카호에 만든 인공둥지탑에서는 지난해 황새 한 쌍이 번식하기도 했다.

국립생태원과 WWF 아무르 지부는 이 사업을 올해까지 3년 동안 시행하려 했다.

황새들도 우크라 사태 영향…한러 인공둥지 사업 차질
그런데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동향 등을 고려해 러시아를 포함한 전 국가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연구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진 상황이라 현장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올해도 인공둥지탑을 8개소 조성하고 이소(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를 떠남)를 앞둔 유조(어린새)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 정보를 수집하고자 했지만, 한국 연구진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없게 되면서 일단 사업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인공둥지탑 설치비용 지원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인 금융 제재로 어렵게 됐다.

연구진은 올해까지 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공동연구 대상을 두루미(학) 등으로 넓히려 했으나, 향후 일정이 불분명해졌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윤종민 조류팀장은 "철새는 월동지와 번식지의 연결성이 중요하다"며 "한반도에서 월동하는 새의 경우 러시아 등 번식지에서의 서식지 보전과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한반도의 생태 축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황새뿐 아니라 겨울철새를 대상으로 (공동연구) 대상을 확대하려면 국가 간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황새과 조류는 황새와 먹황새 등 2종이다.

먹황새도 황새와 마찬가지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아시아에는 100마리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새들도 우크라 사태 영향…한러 인공둥지 사업 차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