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쏠려 비수기 견인할 작품 부족…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할 것"
극장가 보릿고개…박스오피스 1위도 하루 관객 1만명대
팬데믹 이후 반짝 활기를 찾았던 극장가가 다시 보릿고개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의 일일 관객수가 1만명대에 머무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통상 극장가에서 10∼11월은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예년보다 더 관객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 영화계의 분석이다.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할 만한 영화가 적은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소비 증가 흐름, 관람료 인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10월 일일 평균 관객수 21만명…팬데믹 이전 절반도 못 미쳐
극장가 보릿고개…박스오피스 1위도 하루 관객 1만명대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총 427만4천여 명이다.

하루 평균 21만3천여 명이 들었다.

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년(14만9천여 명)과 2020년(16만7천여 명) 10월 일일 평균 관객 수보다는 많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47만9천여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10월 셋째 주만을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10월 셋째 주(10월 10∼16일)총 관람객 수는 127만9천여 명인데, 이는 지난해의 154만9천여 명보다도 적다.

DC 새 히어로물 '블랙 아담'이 개봉하며 상황은 호전됐지만, 하루 관객수는 개봉일인 19일 6만7천여명, 20일 4만5천여명 등의 수준이다.

◇ "볼만한 영화 없다"…작품 가뭄에 관객 발길도 '뚝'
극장가 보릿고개…박스오피스 1위도 하루 관객 1만명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데에는 '볼만한 작품'이 예년만큼 많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10월의 경우 '82년생 김지영', '가장 보통의 연애', 외화 '조커'·'말레피센트 2'·'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등 중급 영화들이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올해 10월 현재까지 개봉한 중급 이상의 작품은 '대무가', '블랙 아담' 정도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을 겨냥해 9월초 개봉한 '공조 2: 인터내셔날'이 개봉 7주 차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OTT로 작품이 몰리면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비수기를 끌고 갈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장 개봉일과 OTT 공개일 사이의 간격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디즈니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와 '버즈 라이트이어'는 개봉한 지 두 달 만에 자체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여름 대작으로 꼽혔던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한 달 만에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홀드백 기간(극장에서 상영한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이 기간을 견디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일반 2D 관람료가 1만5천원까지 오르면서 위축된 소비 심리도 영향을 주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티켓 요금을 인상한 뒤 각종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관객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지만, 관람료 인상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아지면서 영화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극장가 보릿고개…박스오피스 1위도 하루 관객 1만명대
◇ '블랙 팬서2' '아바타:물의 길', 극장가 훈풍불까
내달에는 마블 스튜디오 신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블랙 팬서 2')를 필두로 김래원·이종석 주연 액션 영화 '데시벨', 유해진·류준열 주연 미스터리 스릴러 '올빼미' 등의 기대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월에는 13년째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아바타'(2009)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 관객을 찾는다.

영화계 관계자는 "이들 작품이 어느 정도 극장가를 견인하긴 하겠지만 특정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해질 것"이라며 "산업 재편기에서 영화관은 OTT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장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전반적으로 침체한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도 "'블랙 팬서 2'뿐 아니라 한국 영화 기대작이 개봉을 확정하고 있는 만큼 극장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