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합의…천연가스·수소 등 수송 예정
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마르세유 잇는 가스관 건설 추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프랑스 마르세유 사이에 수소 등을 운반할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3국 정상은 이 가스관을 주로 녹색 수소와 다른 재생 가능 가스를 운반하는 데 쓸 계획이지만,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완화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천연가스 수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산체스 스페인 총리,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12월 초 스페인에서 다시 만나 해저 가스관 건설 일정과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이 피레네산맥을 관통하는 미드캣 가스관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대체하는 것이다.

독일과 스페인은 미드캣 가스관을 지어 스페인과 프랑스, 나아가 유럽 전체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해왔으나, 프랑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해왔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빚어진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따로 만났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양국 정상이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유럽의 통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애초 다음 주로 예정됐다가 미뤄진 프랑스-독일 공동 각료회의가 야심 차고 실질적인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양국 장관급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엘리제궁 발표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이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은 독일에도 좋지 않고 유럽에도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독일이 지난달 말 2천억 유로(약 280조원) 규모의 가스 가격 안정화 계획을 발표하자 프랑스는 "유럽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면서 반발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 2024년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프랑스는 독일의 이러한 정책은 독일만큼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다른 EU 회원국들에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