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헤이그 송달 협약상 의무도 안 지키는 것"
강제동원 손해배상 재판 또 공전…日 '무응답' 일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서류 송달이 무산돼 재판이 또 공전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박성윤 김유경 부장판사)는 20일 강제동원 피해자 17명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7곳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려 했으나 피고 측에 소송 기록이 송달되지 않아 기일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일본 측에서 송달에 대한 답변이 없다"며 "송달이 안 된다는 답변이라도 있으면 공시송달로 진행하는데, 무응답"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사건이 다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시 해외송달 절차를 밟기로 하고 12월 15일로 예정한 선고기일을 취소했다.

국제민사사법공조 등에 관한 예규와 헤이그 송달협약에 따라 소송 서류는 '한국 법원→법원행정처→일본 외무성→일본 법원→일본 기업'의 경로로 전달돼야 한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취재진에 "일본 정부에 소송장을 보내면 피고 기업에 전달해줘야 하는데, 일본 정부에서 아예 안 받고 있다"며 "헤이그 송달 협약상 의무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은 대리인을 선임해 대응했던 1심 때와 달리, 항소심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송달 자체를 거부하며 재판을 미루는 것과 동일한 전략이다.

이 사건은 2015년 강제동원 피해자 84명이 일본 회사 17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유사 소송 중엔 가장 규모가 크다.

1심 재판부는 작년 6월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며 대법원 판례와 달리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