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진은 러시아 알타이산맥의 '차기르스카야'와 '오클라드니코프' 동굴에서 약 5만4천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13구의 네안데르탈인 유해를 발굴해 게놈(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총 17종의 유해에서 DNA가 추출돼 분석됐는데, 지난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이 처음으로 분석돼 발표된 이후 단일 연구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유전자 분석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네안데르탈인이 가까운 친족끼리 10~20명씩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생활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13명에는 5명의 아이와 청소년이 포함돼 있으며, 남녀는 각각 7명과 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는 모두 11명의 유해가 발굴됐는데, 이 중에는 성인 남성과 10대 후반의 딸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8∼12세 소년의 치아도 확인됐는데 이 소년의 숙모나 사촌 또는 할머니일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유해도 함께 발견됐다.
유전적 다양성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과 비슷할 정도로 낮게 나타나 소규모 집단 사회를 구성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됐다.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유전되는 Y염색체의 다양성이 모계에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보다 낮아 주로 여성이 소집단 사이를 오간 것으로 추정됐다.
동굴에서 나온 석기와 동물 뼈로 볼 때 동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강을 따라 이동하는 들소와 아이벡스, 말 등을 사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동굴들은 데니소바인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된 동굴에서 약 100㎞ 떨어진 곳에 있는데, 네안데르탈인의 지리적 영역 중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안데르탈인은 지리적으로 유라시아의 서쪽, 데니소바인은 동쪽에 주로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동굴 유해의 유전자에서는 데니소바인과의 이종교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데니소바인 동굴에서는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0대 소녀의 유해가 발견돼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박사가 이 연구를 이끌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집단 유전학자 벤야민 페터는 "네안데르탈인은 혹독했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소규모 가족을 이뤄 함께 생활하다 죽은 사람들이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들이 서로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현생인류에 가까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