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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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치솟으면서 주식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자 증권시장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이 올 초 대비 22조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증시가 소폭 반등하자마자 개인 투자자들은 물려있던 주식을 서둘러 팔아치우고 있다. 증시를 떠난 개미는 투자 자금을 고금리 은행 상품으로 옮겼다. 주식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서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년 상반기엔 투자자 예탁금이 30조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짐싸는 개인 투자자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49조423억원을 기록해 50조원을 밑돌았다. 올 들어 최저 수준이고 2020년 10월7일(47조73330억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 1월초 71조7327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0개월여 사이에 22조6904억원(31.63%)이 급감했다.

이달들어 개인의 순매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조7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개인은 이달들어 순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74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오랜기간 물려있다가 지친 개인은 반등이 시작된 종목 중심으로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 이달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4590억원)과 삼성전자(4380억원)이다. 약세장에서도 외국인 순매수 유입에 힘입어 이달 들어 각각 11.79%, 5.08% 상승했다. 순매도 3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실적 호조세로 이달들어 16.65% 급등했다.

○증시하락에 고금리까지..."개미는 지쳤다"

개인이 증시를 떠나고 있는 건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 금리가 연 3.8%인 상품까지 등장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5~6%로 치솟았다. 지난 8월 정기 예적금 규모는 전월 대비 32조1000억원 급증하며 2001년 12월 통계 편저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는 0%대에 머무르고 있다. 내 증권사 가운데 100만원 이상 예탁금을 맡길 경우 1%대의 이용료를 제공하는 곳은 KB증권과 토스증권 등 2곳뿐이다.

지난해 6월부터 증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개인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예상보다 좋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베어마켓 랠리를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경기에 민감한 국내 상장사의 3분기 실적 추정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역실적 장세(기업 실적 하락으로 인한 증시 하락)가 나타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초 코스피 지수 하단을 2050선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중 금리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확신하지 않는 이상 위험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세 상승장이 온다'는 인식이 생기기 전까지는 증시를 이탈하는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현재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투자자 예탁금은 30조원 내외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 정책 정상화를 통해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예탁금은 꾸준히 유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