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번 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스 가격 안정을 위해 천연가스 선물시장에 한시적인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천연가스 선물가격 상한제 등이 포함된 에너지 가격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집행위 차원에서 가격 상한제를 공식 제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내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에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EU 집행위는 “이 대책은 ‘최후의 수단’이다”라며 “유럽 내 가스 수요를 증가시키지 않는 것을 포함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제안에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 및 ‘투기가 의심되는 경우’ 등 특정 상황에서만 발동되는 조건이 붙었다. 독일 등 일부 회원국들은 고정 가격으로 상한제를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해 거센 반대가 일자 이를 감안해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EU는 그동안 가스 가격 상한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벨기에 등 일부 회원국들은 모든 가스 거래에 상한제를 둘 것을 주장했다. 독일 등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원국들은 반대했다. 가스 생산국이 유럽에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 수출하는 걸 기피할 가능성이 커져 공급 불안정성이 증폭될 거란 이유에서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저렴한 가스를 미리 확보해놓으려 수요가 단기간에 폭등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였다.

EU 집행위는 가스 가격 상한제를 비롯해 회원국들의 공동구매 안도 내놨다. 가스 저장고의 최소 15%를 공동구매로 채우자는 제안이다. 내년 4월부터 공동구매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올겨울을 넘긴 뒤 각국의 수급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가스 연대’ 서명도 촉구했다. 가스를 충분히 확보한 국가에서 가스가 부족한 국가에 대한 지원을 허용하는 협정이다.

에너지 위기를 겪는 가정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재정정책도 함께 제의했다. 저소득 지역 개발을 위해선 결속기금 예산 중 400억유로(약 56조원)를 전용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달 20~21일 개최되는 회의에서 EU 집행위가 제안한 에너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변동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더라도 가격 상한의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회원국들 가운데 얼마나 EU 집행위의 절충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