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논의됐으나 결론 못 내…향후 표결 일정도 미정
"조폭 진압 위해 무장개입" 아이티 요청에 유엔안보리 엇갈려
아이티의 유류터미널을 점거중인 범죄조직을 진압하도록 도와달라며 아이티 정부가 유엔에 무장개입을 요청했으나, 유엔 안보리 내에서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17일(현지시간) AP, AFP,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에 따르면 지난 주 아이티가 제출한 무장병력 파견 요청에 관한 논의가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 이뤄졌으나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안보리 15개 회원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결의안들의 채택 여부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향후 표결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서는 9개국 찬성이 필요하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다.

회의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원조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항구를 개방하도록 아이티 경찰을 도우려면 무장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치적 차원과는 별개로, 엄밀하게 인도주의적인 요건에 기반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9월 중순 아이티의 거대 범죄조직 'G9'가 이 나라의 석유 저장량 중 70%가 보관된 '바로 유류터미널'을 점거한 데 따른 것이다.

유류터미널은 석유를 옮겨 싣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항구시설이다.

이 때문에 아이티에 석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물류 등 사회 전반이 대혼란에 빠졌다.

아이티 측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외무장관 연설을 통해 자국민 전체가 매우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무장개입을 요청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아이티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두 건의 결의안을 준비 중이었다.

이 중 하나에는 유엔 자체가 아니라 이런 작전에 경험을 가진 '한 협력 국가'(a partner country)가 주도하는 국제적 안보 지원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다른 하나는 폭력조직과 그 두목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

미국이나 멕시코 측은 무장개입을 주도할 '파트너 국가'가 어떤 곳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결의안에 따른 조치가 결정될 경우 미국 정부는 해당 작전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미국 측이 밝힌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주도하고 멕시코, 캐나다, 브라질 등의 참여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

미국과 캐나다는 아이티 경찰의 범죄조직 진압작전에 도움을 주려는 설비 지원은 이미 하고 있다.

이 안은 안보리 내에서 일부 지지를 받았으나, 유보적 의견도 나왔다.

최근 아이티에서 외국 개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던 점과 과거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이티에 배치됐을 때 있었던 주요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아이티에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배치됐던 유엔 평화유지군은 2010년에 시작돼 몇 년에 걸쳐 도합 약 1만명의 사망자를 낸 콜레라 창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측은 아이티에 무장개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아이티 폭력조직과 그 두목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측은 무장개입 결의안뿐만 아니라 제재 조치 결의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아이티에서 석유 유통이 중단되면서 물 공급도 어려워지고 콜레라 등 다른 문제들도 악화하고 있다며 빠른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콜레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인데, 지금 도시에 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