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명도소송·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이어 강제집행 카드 꺼내
병원측 "느닷없는 보상공고가 문제…부지확보 여건 만들어줘야"

새 청주시청사 건립 부지에 있는 청주병원의 퇴거 불응 문제가 지역사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청주병원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은 이미 3년 전 청주시로 넘어왔지만, 의료법인 청주병원은 이곳을 떠나지 않은 채 무단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청주병원 직원 수는 의사 4명을 포함해 130명이다.

[현장in] 청사부지 3년 무단점유 청주병원, 강제집행 사태 맞나
청주병원 측은 시가 강제 수용한 만큼 보상금 수령과 별개로 병원 이전용 시유지 수의 매각 등 행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법을 벗어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급기야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청주시 강제집행 신청 '배수진'
16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지법 집행관실은 오는 17일 오전 청주병원을 방문, 강제집행 계고장을 전달한다.

이는 시가 지난달 청주병원을 상대로 법원에 강제집행(부동산 인도)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청주병원의 자발적인 이전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명도소송(토지 및 건물 인도 청구의 소) 1심 판결을 토대로 강제집행 신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장in] 청사부지 3년 무단점유 청주병원, 강제집행 사태 맞나
1심 재판부는 청주시가 청주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병원 건물과 토지(4천69㎡)를 인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면서 가집행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는 항소심에서도 승소했지만, 청주병원 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법원이 관련 절차를 거쳐 강제집행을 개시해도 단기간에 집행을 완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주병원 측의 저항이 예상되고 무엇보다 13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주병원은 그에 앞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보상 협의 불발 후 갈등 지속…소송전 비화
청주병원 문제는 2016년부터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

현 청사와 그 부근에 새 청사를 짓기로 한 시는 그해 11월 3일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사업 예정지에 있던 청주병원과 손실보상 협의를 벌였으나 무위에 그쳤다.

[현장in] 청사부지 3년 무단점유 청주병원, 강제집행 사태 맞나
시는 2019년 6월 충북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 수용 재결을 받아 두 달 뒤 손실보상금 172억여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 직후 청주병원 토지·건물 소유권이 시로 넘어왔다.

병원 측은 두 차례에 걸쳐 공탁금을 출급한 뒤 이듬해 2월 수용재결에 맞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했다.

중앙토지수용위의 이의 재결로 총보상금은 178억5천여만원으로 늘었다.

청주병원은 같은 해 4월 보상금 증액 소송을 제기해 1억800여만원의 증액을 이끌었다.

시는 지난해 2월 명도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개월 뒤 "청주병원이 이전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면서 임차료에 해당하는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취지로 부당이득금 청구(약45억원) 소송을 냈다.

◇ 청주시 "법 테두리 벗어난 요구 수용 못 해"
청주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청사 건립 자문위원회에서 시유지인 옛 지북정수장 부지 수의매각, 병원 신축 시까지 운영할 임시병원 지원 등을 담은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시는 조례 제정을 통한 지원은 공유재산법 위반과 함께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불가 결론을 내렸다.

시는 다만 옛 지북정수장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의료시설)로 결정해 수의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청주병원 측은 그러나 의료시설로 묶이면 담보력이 약해 병원 신축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본관 철거 문제, 신청사 설계 재공모 등 업무가 산적해 있지만, 최우선 과제는 청주병원의 조속 이전에 따른 부지 확보"라며 "시유지 수의 매각 등 법 테두리를 벗어난 요구사항은 현실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보상계획 공고 전 병원 이전을 위한 부지교환 협의를 했지만, 입지 조건 등 여러 사유로 협의가 결렬돼 보상계획을 공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 청주병원 "착공 2025년이라는데 강제집행 서둘러"
이에 대한 청주병원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조원익 부원장은 "정수장 부지 등 당시 부지교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다가 느닷없이 보상 공고를 낸 게 이 사태의 발단"이라며 "법 적용 이전에 충분히 (협의)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시의 과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보상금 수령도 언급, "시청사 건립 얘기가 나오면서 입원환자 수가 감소하는 등 경영이 손실로 돌아섰고, 시의 요청으로 노인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목돈도 들어갔다"며 "금전 압박이 심했는데 병원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추가 대출도 안 돼 공탁금을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지교환까지는 아니어도 시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설계 재공모로 새 청사 착공이 2025년에야 이뤄진다는데 강제집행을 서두르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했다.

청주병원은 옛 지북정수장 부지를 현재의 용도 그대로 매입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강제집행 실행 전에 타협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