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빈국 한국' 인기몰이…BTS 콘텐츠·영화 감상 전시장 인산인해
한국의 집 내 식당 한식 재료 동나기도…이달 말까지 프로그램 풍성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멕시코 과나후아토주 산미겔데아옌데 시에서 나고 자란 이리나(52)씨는 20대 중반 딸의 성화에 못 이겨 14일(현지시간) 과나후아토시 세르반티노 축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거의 매년 축제 시즌에 이곳에 오고 있지만, 개막 첫 주부터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보통 축제 후반부에 와서 여유롭게 있다 가곤 했다"던 그는 호텔 '그랜드 과나후아토'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평생 들을 한국말을 오늘 다 들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반세기 간 이어진 중남미 최대 문화예술 행사인 세르반티노 축제에서 한국은 올해 주빈국으로 초청받았지만, 사실상 '주인공'처럼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현장의 한순간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해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전시장에는 연일 대기 줄이 생기는 상황이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이곳에서 일하는 아라 씨는 "주중이었는데도 계속 관람객이 몰려오고 있다"며 더 북적거릴 주말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는 '한국의 집' 역시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곳곳에서 온 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하루에만 1천 명이 방문했다"는 담당자의 전언에는 즐거운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한국 영화 상영회에도 대부분 자리가 채워지고 있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로도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집에서 한시 운영하는 한식 식당은 점심을 하려는 이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고객은 대부분 현지 주민이다.

이들은 김치를 곁들인 고기 쌈, 비빔밥, 라면 등 음식을 앞에 두고 주저함 없이 숟가락과 포크를 들었다.

색다른 매콤함이 어색할 수도 있을 테지만, 행사 첫날 일부 메뉴 재료는 일찍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들은 맛에 솔직한데, 대부분 만족해하는 분위기"라며 립서비스인지 진심인지 분간되지 않는 한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앞서 전날 열린 K팝 혼성그룹 카드(KARD)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된 사실로 짐작할 수 있듯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알론디가 곡물창고 앞 특설 무대에서 멕시코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카사라바와 함께 펼친 소프라노 박혜상 씨의 개막 공연 역시 무대 밖까지 수많은 사람이 몰릴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우리 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자부심'에 도취할 이유는 없지만, 이 축제를 50년이나 치러온 주민들이 적어도 한국에 대해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즐기려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앞으로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당장 15일에는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후아레즈 극장에서 오페라와 한국 가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청중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국립무형유산원과 국립현대무용단 등의 국내 최정상급 공연과 무대도 준비돼 있다.

인형극, 창작 국악, 퓨전 밴드 공연 등은 좌석표를 이미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서정인 주멕시코 대사는 "양국 문화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며 "한국과 멕시코 수교 60주년을 맞아 더 뜻깊은 올해, 양국 문화의 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르포] "안녕, 꼬레아노" 맘 열고 한국 즐기는 멕시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