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도 '디지털 혁신' 시대
“작품을 심사하고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렀다면 하지하책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게을리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서울시가 30년 뒤에도 문화발신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서울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며 지속가능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지난달 7일 시민청에서 열린 ‘서울문화예술포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축사를 건넸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며 문화예술 환경이 급변하자 창립 20주년을 앞둔 재단도 변화를 꾀할 기로에 놓인 것이다. 지금까지 K팝, 영화 등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도 그런 역할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물론 클래식에서는 산발적으로 발자취를 남겼지만 그것이 주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돈으로 예술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어떤 길을 개척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작품 제작-지원-교류-유통’ 등 전 과정에 걸쳐 새로운 지원을 이끌어낼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융복합의 창제작 지원을 10년 넘게 운영한 경험을 되살렸다. 둘 이상이 결합하는 ‘X’와 새로운 장을 여는 ‘Unfold’를 결합해 지난해 ‘언폴드엑스’를 선보였고, 서울시의 핵심 과제인 ‘디지털 감성문화도시’에 발맞춰 오는 19일까지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것은 예술에 기술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화이트큐브 전시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예술품 거래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던진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접목해야 한다. 갤러리, 화랑, 경매 등을 통해 작품이 유통되던 방식에서 NFT가 불러일으킨 파문은 일파만파가 됐다. 하지만 이를 시각예술로만 국한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내놓은 것이 ‘기초예술 분야 예술인 NFT’ 사업이다. 이를 위해 두각을 나타낸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제작에서 발행,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지원한다.

필자는 새 시대를 열어갈 방식에 우려의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죽기 전까지 궁핍했던 빈센트 반 고흐, 대부분 작품이 미완성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프란츠 카프카처럼 우리의 선택이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시대의 변곡점에서 선택한 이 방식은 미래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며, 새로운 예술생태계를 이끌어갈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