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지나 성상납 처벌 피했지만 무고로 송치
"경찰이 성상납 실체 인정한 것…제 발등 찍은 셈"
사면초가 이준석, 고소 카드가 결국 자충수로
국민의힘 이준석(37) 전 대표가 무고 혐의로 송치되면서 성상납 의혹을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측을 고소한 게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성상납 의혹을 부인하며 가세연 측을 고소한 것이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무고라는 경찰 판단에 따라 의혹의 실체가 수사기관에 의해 사실상 확인됐기 때문이다.

성접대 여부를 직접 따지는 알선수재와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는 의혹이 처음 제기될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명예훼손 고소 카드를 꺼내들면서 결과적으로 경찰에 실체적 진실을 따져볼 여지를 열어준 셈이 됐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14일 "무고죄 송치는 이 전 대표가 거짓으로 고소한 게 인정된 셈이고, 경찰이 성상납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 봐야 한다"며 "이 전 대표가 성상납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은 무고로 고발한 내용이 명확하게 허위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무고사건을 검찰에 좀처럼 송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면 무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을 것"이라고 짚었다.

가세연은 지난해 12월 이 전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과거 성상납을 받았다고 폭로하고 이 전 대표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 전 대표는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그러면서 출연진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 강신업 변호사는 이 전 대표가 성상납을 받아놓고도 가세연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무고에 해당한다며 지난 8월 이 전 대표를 고발했다.

김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2013년 두 차례 성상납을 포함해 2015년까지 이 전 대표를 접대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당시 자기 수행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도 제출했다.

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접대 여성을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의 수행원 장모 씨도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성상납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들을 확보했다.

반면 사면초가에 몰린 이 전 대표는 의혹을 반박할 만한 물증이나 주변 진술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전날 송치 사실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 "저는 2013년의 일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에 모두 단호히 부인하지만 저는 이와 관련한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적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알선수재 등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문제로 불송치 결정했지만 그간 수사를 통해 2013년 당시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확인한 상태였다.

경찰이 무고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함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남겨두면서, 의혹 제기 초반 접수한 명예훼손 고소장이 결국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