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악재…고용·임금은 상대적으로 탄탄
정부, 그린북서 다섯 달째 '경기둔화 우려'…"수출 회복세 약화에 고물가"
빅스텝, 주력엔진 소비에 찬물 뿌리나…커지는 경기둔화 우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 국내외 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최근 한국 경제를 이끈 소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수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며 다섯 달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악재…소비 위축 우려 커져
1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7%였다.

이중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1.3%포인트였다.

수출이 감소하며 성장률을 1.0%포인트 끌어내렸으나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전체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 인상이 소비 호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석 달 만에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끌어올렸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금리 인상은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 전체 대출자의 이자액은 6조5천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차주 1인당 평균 32만7천원 증가한다.

국내외 금리 인상에 자산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 9월 한 달간 코스피는 12.8%, 코스닥지수는 16.6% 떨어졌다.

지난 8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9% 떨어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그린북 브리핑에서 "최근 자산 가격이 부동산·주식 할 것 없이 다 크게 빠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 금리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정적이다.

실제로 9월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이 6.4%로 전월(22.5%)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는 등 소비 둔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는 고용 호조 등에 힘입어 소비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0만7천명 늘어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승한 과장은 "금리 인상이 소비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고용지표가 전반적으로 괜찮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계의 소득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계가 저축해놓은 게 많고 그것이 소비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빅스텝, 주력엔진 소비에 찬물 뿌리나…커지는 경기둔화 우려
◇ 정부 다섯 달째 '경기둔화 우려' 진단…"수출회복세 약화"
수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점도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 둔화 우려를 밝힌 데 이어 5개월째 비슷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에 한 자릿수로 내려온 이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지난달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부진 등으로 수출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월 전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실적)는 78로, 8월(81)보다 3포인트(p) 내리는 등 기업 체감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집계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이승한 과장은 "수출 둔화의 모습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이 워낙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해 다른 나라들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우리 수출 쪽에도 영향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