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산은 푸틴에게 위안"…사우디 "순전히 경제적 결정"
"감산 한 달 미뤄달라더라" 사우디 폭로에 미국 '발끈'(종합)
'OPEC 플러스'(OPEC+)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 결정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바짝 날을 세운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가 감산을 주도해 러시아의 전쟁을 도왔다며 거듭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자 사우디는 감산은 오로지 경제적 결정이었다고 맞서면서 오히려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를 의식해 감산 보류를 요청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반격을 가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제안대로 OPEC+의 감산 결정을 한 달 미루면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며 "이런 점을 미국에 꾸준히 밝혔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사우디가 굳이 미국의 감산 결정 연기 기간을 한 달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점이다.

미국에서 내달 8일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감산 결정을 한 달이라도 미루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에 원유가 꾸준히 공급되면 미국 내 휘발유값 인상 요인도 억제할 수 있어 정권의 성과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의 근소한 다수당 지위를 사수하려 하고 있다.

외신들은 사우디가 성명에서 선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한 달 지연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굳이 밝혀 미국 측 감산 요청의 정치적 동기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사우디는 또 이달 5일 OPEC+의 감산 결정이 '러시아의 편'을 든 것이며, 미국에 반대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산은) 순전히 경제적 맥락에서 나온 OPEC+의 결정에 기반한 것"이며 "결정은 합의로 수용됐다.

수요·공급의 균형을 고려했으며,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감산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내고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감산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사우디가 러시아와 함께 감산을 주도한 건 도의적,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감산 한 달 미뤄달라더라" 사우디 폭로에 미국 '발끈'(종합)
그는 "감산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실적을 늘려주고 (대러시아) 제재의 효과를 무력화하리라는 것을 알고도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감산 결정이 합의로 통과됐다는 사우디의 주장에 대해서는 "OPEC 회원국들이 사우디의 결정을 지지하도록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감산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 자료를 사우디에 제공했다.

또한 약 한 달간 지켜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손쉽게 기다릴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사우디의) 그런 결정은 후과가 뒤따를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중에도 그런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산 결정에 대해서는 "매우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CNN 인터뷰에서 OPEC+의 석유 감산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바이든은 "상·하원이 (중간선거 이후) 의회로 돌아오면 사우디가 러시아와 한 짓에 대해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무엇을 고려하고 생각하는지 밝히지 않겠지만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자리에선 관련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곧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