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서 한국 관객과 대화
알랭 기로디 "소도시 배경, 다른 계급 다루려는 정치적 선택"
프랑스 감독 알랭 기로디가 부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났다.

그는 10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를 열고 '창의적이고 희귀한 시네아스트의 낯선 세계'라는 주제로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올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이기도 한 기로디는 '용감한 자에게 안식은 없다'(2003)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도주왕'(2009), '호수의 이방인'(2013), '스테잉 버티컬'(2016) 등 화제작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프랑스 남부 빌프랑슈드루에르그 출생인 그는 노동자 아버지와 농장 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프랑스 영화계의 '아웃사이더'이기도 하다.

기로디 감독은 "열한두 살 때 TV로 영화를 보며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파리는 물리적으로 집에서 너무 멀고, 어느 정도 수준의 사회 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알랭 기로디 "소도시 배경, 다른 계급 다루려는 정치적 선택"
시골 출신인 그는 작품에서도 대체로 지방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삼는다.

기로디는 "개인 취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선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고, 다른 사회계급, 기본적으로 현대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농부들이나 그런 모습들 많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큰 도시보다는 좀 더 낮은 사회적 계층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를 잘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
동성애자인 그는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에로스적 장면을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아내기도 한다.

기로디는 "저도 어려서부터 동성애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데 영화에서도 그게 드러나는 것 같다.

'도주왕'에서는 이를 코미디로 풀어냈고, 극중 인물이 동성애자인데 젊은 여성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성애 관계의 보편성을 찾아가는 작업을 계속해왔다"며 "열정적 사랑, 몸이 부딪히는 사랑에 대해 계속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알랭 기로디 "소도시 배경, 다른 계급 다루려는 정치적 선택"
2013년 발표한 '호수의 이방인'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상을 받으면서 거장 반열에 오른 그는 이후에도 작품의 규모를 키우지 않고 이전과 같은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는 "감독이라면 유명 배우들과 같이 작업해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 볼까 하는 생각과 내가 계속해 온 제작환경에 남아서 정제되고 겸손한 작품을 해나갈까 하는 생각 사이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저는 매번 많은 관중을 만나고 싶다는 환상이 제게 없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는 관객이 1만명이든 100만명이든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은 바뀌지 않고, 바꾸고 싶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
함께 일하고 싶은 글로벌 스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비에르 바르뎀, 안토니오 반데라스, 브래드 피트를 꼽았다.

알랭 기로디 "소도시 배경, 다른 계급 다루려는 정치적 선택"
그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통해 '노바디즈 히어로'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테러가 일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알랭 기로디 특유의 코미디가 녹아있다.

기로디는 "(기획) 당시 프랑스에서 한동안 이슬람 테러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평범한 도시에서도 발생할 수 있겠단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기로디와 함께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카밀라 안디니 감독, 배우 카세 료, 이유진 프로듀서도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