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7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툴젠입니다.
툴젠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원천 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입니다.
툴젠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24.48% 급등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쉬지 않고 상승했습니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4일 4.54% 추가 상승했고, 5일과 6일에도 각각 10.77%와 0.73% 상승했습니다.
7일 1.59%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4만~5만원대였던 툴젠 주가는 순식간에 6만8300원으로 올랐습니다.
지난달 27일 장중 4만42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순식간에 7만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선 겁니다. 개인투자자들이 '폭풍 매수'하며 지난달 21일부터 7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했습니다.
툴젠 주가 호조는 지난달 30일 나온 호재성 뉴스 때문으로 보입니다.
툴젠은 미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UC버클리, 브로드연구소와 각각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분쟁에서 툴젠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분쟁 상대방은 쟁쟁한 기관들입니다. UC버클리는 지난 2020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속해 있습니다. 참고로 노벨상 수상과 특허 분쟁은 전혀 별개의 일입니다.
브로드연구소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함께 세운 연구소입니다. 세계 생명공학 연구 중심지인 미국 보스턴에 있습니다.
분쟁은 엄밀히 '저촉심사(interference)'인데, 미국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PTAB)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원래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가 오래 전부터 서로 싸우고 있던 상황에 툴젠이 2020년 12월 가세했습니다.
저촉심사 첫 과정인 모션 페이즈(motion phase)에서 툴젠은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를 상대로 '시니어 파티(senior party)' 지위를 확정했습니다.
반대로 '주니어 파티(junior party)' 지위가 확정된 UC버클리와 브로드연구소는 특허심판원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툴젠보다 먼저 발명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위치가 정해진 겁니다.
툴젠에 따르면 시니어 파티 지위를 얻은 곳이 최종 승소할 가능성은 72%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저촉심사에서 승리하면 툴젠에 뭐가 좋냐는 질문이 뒤따릅니다.
툴젠이 노리는 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 수익입니다. UC버클리의 기술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인텔리아 테라퓨틱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등이 이전을 받아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브로드연구소 기술은 미국 에디타스가 이전받았죠. 툴젠 관계자는 "선발명이 인정된다면 당연히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기대하는 구체적인 로열티 규모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툴젠은 이미 특허 수익화 작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지적재산권(IP) 인력을 영입해 IP사업본부를 최근 꾸렸습니다. 변호사와 변리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툴젠은 저촉심사 중간에 3자 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소송 주체 모두 법률 비용이 상당한 만큼, 적정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툴젠은 지난해 소송 비용으로 83억원을 지출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저촉심사 과정에서 상당수 분쟁이 합의를 한다는 게 툴젠 설명입니다.
다만, 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상황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각광받는 만큼 당사자들이 기대만큼 수월하게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콜드'한 회사는 알테오젠입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로 투여해야 하는 치료제를 피하주사(SC)로 바꿀 수 있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지만 알테오젠은 그 냉기의 정도가 좀 강합니다. 알테오젠은 4일 주당 4만5350원에 거래를 시작해 7일 3만76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4거래일 만에 17% 낙폭을 보였습니다. 알테오젠 하락세는 지난 8월 본격화했습니다. 지난 8월 10일 주당 7만8000원을 찍은 이후 2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지난 2개월 간 상승 마감한 날이 9거래일에 불과합니다.
알테오젠 주가를 끌어내린 건 시장에 '근거없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판단입니다. 이를 공매도 세력과 연결짓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선 지난 8월부터 알테오젠을 둘러싼 루머가 돌았습니다. 알테오젠이 지난 2020년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전을 했는데, 이 기술이 반환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형 악재임에 틀림없습니다.
회사는 "터무니 없는 악의적 루머"라고 일축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을 자신들의 약물에 적용한 임상이 순항 중이라고 했습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기술 반환은커녕 계약 상대방이 오히려 임상에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가 생산한 임상 시약을 전달했다"고까지 했습니다.
투자업계도 루머에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곧바로 공시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회사 설명대로 사실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알테오젠은 오히려 연내에 의미있는 추가 기술이전 거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굵직한 글로벌 바이오 회사의 기술이전 거래 논의가 '8부능선'을 넘었다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