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국내에 신규 점포를 낸 에르메스 매장에 먼저 들어가려는 소비자들이 지난 6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에 줄을 섰다. 에르메스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7일 열한 번째 국내 점포를 열었다.   /이미경 기자
8년 만에 국내에 신규 점포를 낸 에르메스 매장에 먼저 들어가려는 소비자들이 지난 6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에 줄을 섰다. 에르메스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7일 열한 번째 국내 점포를 열었다. /이미경 기자
지난 6일 오후 3시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5번 게이트 앞. 두꺼운 옷을 입은 20여 명이 전날부터 몰려들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일부는 캐리어, 배낭 등을 옆에 뒀다.

이들은 8년 만에 국내에 들어선 에르메스 신규 점포에 들어서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었다. 인기 제품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에 개점 이틀 전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에르메스는 7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2014년에 문을 연 서울 잠실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국내 열한 번째 매장이다. 규모는 580㎡로 국내 백화점 입점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실구매자가 아니라 리셀러로부터 시급을 받는 ‘대기 알바생’이었다. 5일 밤부터 아르바이트로 줄을 선 박모씨는 “요즘에는 3~5시간짜리 오픈런 대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리셀러가 많은데, 이번엔 이틀에 걸쳐 대기해야 한다길래 놀랐다”며 “시급도 평균(1만원) 대비 비싼 1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 아르바이트생 김모씨는 “줄을 서 기다리다 매장 오픈 시간이 임박하면 리셀러와 바통 터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에선 최근 명품·패션 업체들이 잇달아 선언하고 있는 ‘리셀과의 전쟁’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에르메스만 하더라도 지난 3월 거래 약관에 구매자가 재판매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바 있다.

에르메스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이 약관에 사인해야 제품을 살 수 있다. 한 리셀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는 구매 이력이 많은 소비자에게 인기 제품을 먼저 판매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에르메스 인기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중 구매 이력이 없는 사람은 결국 리셀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신규 점포 오픈을 계기로 에르메스코리아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으로 전년(4191억원) 대비 25.9%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705억원으로 전년(1334억원) 대비 27.8%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고임금 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에 있는 만큼 구매력이 큰 소비자가 많이 방문한다”며 “에르메스코리아는 물론이고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