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매장에도 ‘오픈런’
지난달 30일 명동의 아디다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 수십명이 보였다. 이날 아디다스에서 새로 발매하는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나이키도 아닌 아디다스 매장 앞에 ‘오픈런’이 벌어지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삼바 ADV블랙 모델은 불과 3달 전만 해도 발매가 9만9000원에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제니가 이 모델을 착용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상품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여성 사이즈 상품은 아예 품절되면서 가격은 60만원대로 치솟았다.제니를 비롯한 글로벌 스타들도 1990년대풍의 ‘레트로붐’이 일면서 아디다스 스니커즈를 사들여 인기가 치솟았다. 아디다스 인기를 감지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저지와 신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스포츠웨어 업계에서 호각으로 불렸다. 하지만 나이키가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하고 다른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인기를 끌면서 아디다스의 인기는 계속 하락했다.
아디다스코리아 연 매출은 7000억~8000억원대로 나이키에 한참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2017년 이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고 있으나 매년 600억~700억원 가량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4년 만에 약 매출 30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반면 나이키코리아 매출은 지난해 1조 6748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디다스 작년 매출은 251억2200만달러로 나이키(445억3800만달러)의 56.4% 수준이다. 아디다스는 2006년에 인수한 리복을 어센틱브랜즈에 매입가격의 3분의 2수준인 2조8789억원에 매각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아디다스는 지난해부터 한정판을 판매해 상품의 희소성을 강화하는 나이키의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 지난해 아디다스가 발표한 ‘Own the game’ 정책에 따른 것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 골자로 한다.
자사 온라인 매장과 직영점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정판 상품이 필요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D2C 판매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여기에서만 판다’는 한정상품이 필수”라며 “아디다스가 최근 가젤, 삼바 등 제품을 한정 수량만 출시한 데에도 이런 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향후 3년 동안 국내 유통업자 수도 줄일 예정이다. 나이키도 지난해 국내 유통업체 수를 80여곳에서 20여곳으로 줄였다. 아디다스는 3년 뒤엔 유통업체 수를 현재 160여곳에서 20여곳으로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대리점 등의 반대 시위를 촉발했다. 대형 매장으로 확장하는 유통업체만 남기기는 방식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