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 심야택시 연말까지 3천대 증차 기대
'장거리 골라 태우기' 여전하면 이용자만 요금 부담
호출료 올리고 '알바 택시' 도입…떠난 기사 돌아올까
정부가 4일 발표한 심야택시난 대책의 핵심은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해 택배·배달업으로 떠난 기사들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한밤중 택시를 못잡는 이유가 택시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호출료를 올려주고 파트타임 택시를 도입하는 등 갖가지 유인책을 써도 실제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여기다 목적지 미표시 콜을 일부러 받지 않고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기본요금까지 올라야 기사들 움직일 것"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법인택시 기사는 10만2천명에서 7만4천명으로 2만8천명 줄었는데, 서울에서만 1만명이 감소했다.

법인택시 10대 중 7대가 기사를 못 구해 멈춰 서 있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경우 65세 이상이 53%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돼, 기사들은 취객과 상대해야 하고 몸이 고된 심야 운행보다 주간 운행을 선호한다.

택배·배달 라이더보다 떨어지는 택시기사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당근'은 수도권 택시 심야 호출료 인상이다.

플랫폼 업체들과 협의해 최대 5천원까지 받을 수 있는 호출료의 80∼90%가량을 택시기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그간 호출료를 절반씩 배분하니 플랫폼 업체만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택시기사의 실질 수입이 너무나 열악한 것이 심야택시난의 큰 원인이기 때문에 탄력 호출료의 대부분이 택시기사에게 배분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만, 택시기사들은 호출료 인상만 가지고는 유인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한 택시기사는 "현재 기본요금 3천800원에 호출료 최대 3천원을 붙여 콜을 받으면 6천800원인데, 보통 호출료를 내겠다는 승객들은 교통여건상 가기 어려운 곳에 있어 호출료를 올린다 해도 움직일 유인이 떨어진다"며 "기본요금이 올라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기본 요금을 내년 2월부터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올리고, 올 12월부터는 심야 할증률을 시간대에 따라 20~40%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택시 강제 휴무제인 부제를 풀어 택시기사가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파트타임 택시기사를 도입하면 공급 확대 효과는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코로나 이후 줄어든 서울 심야택시 5천대 중 연말까지 3천대를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출료 올리고 '알바 택시' 도입…떠난 기사 돌아올까
◇ '골라 태우기' 지속되면 백약이 무효
심야택시난의 근본 원인은 기사 부족이지만 도로에 나와 있는 기사들이 손님을 골라 태우는 탓도 있다.

택시 수요는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고 요금은 거리에 비례해 결정되니 기사들은 한정 시간 내에 최대한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승객을 원한다.

서울의 심야 중단거리(5∼15km) 배차 성공률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장거리(30km 이상) 배차성공률은 40% 수준이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호출료까지 올랐는데 여전히 택시 잡기가 어렵다면 이용자 입장에선 부담만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호출비 인상이란 유인책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사들이 단거리 콜을 걸러낼 수 없도록, 호출비를 낸 승객의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게 했다.

목적지가 표기되는 카카오T블루같은 가맹택시의 경우 강제 배차한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이 목적지 미표시 승객의 콜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출료를 포기하고 장거리 승객을 골라 태워 할증료·기본요금 인상의 과실만 누릴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내년 초까지 탄력 호출료를 시범 운영하며, 배차 성공률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장관은 "택시 요금만 오르고 배차 성공률은 변함이 없는 결과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호출료를 포함한 택시 요금이) 국민들에게 수용 가능한 수준인지 12월 또는 내년 2월까지 시행 결과 모니터링하며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