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 농업생산 드라이브 걸며 주민과 유대감 조성
북 "김정은, 인민과 고난의 행군 함께 겪어"…애민 우상화 총력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경제위기였던 '고난의 행군'을 함께 극복한 지도자라고 묘사하며 우상화에 한층 박차를 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조선노동당은 인민에 대한 믿음으로 백전백승한다' 제하 1면 기사에서 "김정은 동지는 우리 혁명이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들이 겪는 고생을 함께 겪으며 인생 체험도 많이 하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는 인민들과 함께 고난과 시련을 헤쳐나가면서 혁명동지와 인민에 대한 믿음, 주체혁명 위업의 정당성에 대한 믿음을 더 굳게 간직하고 혁명가에게 있어서 사랑보다 더 위대하고 소중하며 힘 있는 것이 믿음이라는 철리를 가슴속 깊이 새겨 안게 되였다"며 "아마 김정은 동지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당의 품에 안기였기에 천만인민이 중중첩첩한 시련의 언덕들을 승리의 개가를 높이 부르며 점령해왔으니 우리 인민을 영웅인민으로 키워주신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은덕을 무슨 말이면 다 옮길 수 있을 것인가"라고 칭송했다.

고난의 행군은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발생한 북한의 체제 위기 상황을 지칭하는 단어로, 북한은 당 창건 55주년이던 2000년 10월에야 위기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이 본격화했을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 나이였다.

'로열패밀리'였던 그가 밑바닥 주민들이 굶어 죽던 고통을 직접 목격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특히 그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김정은과 고난의 행군 사이 인연을 조명한 것은 최근 식량난이 심화한 가운데 최고지도자도 '겪어봐서 안다'는 식으로 주민들과 유대감을 부각해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 국제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자연재해라는 삼중고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식량가격 폭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맞으면서 식량 사정이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위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최고지도자의 과거를 미화해 주민 사상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흔히 관찰되는 일이다.

이날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2020년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를 직접 찾아 수해 상황을 살폈던 일, 2015년 함경북도 나선시의 수해 현장을 챙긴 일 등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당시 "우리 당과 인민 사이의 혈연적 유대, 불가분리적 관계의 진면모는 경축 행사를 할 때가 아니라 재난을 당했을 때 나타나게 된다"고 언급했다면서 그의 애민 정신을 선전했다.

노동당 창건 77주년(10·10)을 앞두고 주민들을 위한 당의 헌신을 내세워 내부를 결속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북 "김정은, 인민과 고난의 행군 함께 겪어"…애민 우상화 총력
/연합뉴스